“집은 막내가 가져라” 아빠가 남긴 유언 영상, 10억 아파트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집은 막내가 가져라” 아빠가 남긴 유언 영상, 10억 아파트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병상에서 찍은 “집은 막내 것” 영상
법적 요건 갖추지 못해 무효 가능성 높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화목하기로 소문난 삼형제 집안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비극에 빠졌다. 뇌출혈로 병상에 있던 아버지가 남긴 영상 유언이 화근이었다. 아버지는 기력이 쇠한 목소리로 "집은 막내가 가져라. 병원에서 제일 많이 챙겨준 건 막내잖니. 형들은 이해해 다오"라고 말했고, 막내는 "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장례 직후 막내 부부가 이 영상을 공개하며 "아버님의 유언이니 집은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자 거실에는 차가운 정적이 흐르고 갈등이 폭발했다.
큰 동생 부부는 "용돈은 우리가 제일 많이 드렸는데 서운하다"라고 맞섰고, 장남의 아내 역시 "정신이 온전할 때 찍은 게 맞냐, 날짜도 증인도 없지 않냐"라며 날을 세웠다. 과연 아버지가 진심을 담아 남긴 이 영상은 법적으로 10억 아파트의 주인을 결정할 수 있을까?
법적으론 성명·날짜 없어 무효
결론부터 말하면, 아버지가 남긴 영상은 법적 효력이 없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위조와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유언 방식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홍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 날짜를 구술해야 하고,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을 확인하고 자신의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연 속 영상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3가지나 있다. 첫째, 아버지가 자신의 성명을 말하지 않았다. 둘째, 녹음한 년·월·일이 빠졌다. 셋째, 적법한 증인이 없다.
막내가 영상 속에서 "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지만, 이는 증인의 증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홍수현 변호사는 "증인은 유언의 정확함을 말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혀야 하는데 막내는 단순히 감사 인사만 했다"라며 "무엇보다 유언의 이해관계인(상속을 받는 당사자)은 증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돈 드리고 간병했으니 내 몫 더 달라? ‘특별한 기여’ 인정 문턱 높아
형제들이 주장하는 용돈과 간병 역시 상속 비율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법률적으로 ‘기여분’의 문제다.
상속 재산을 더 받으려면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어야 한다. 홍수현 변호사는 "간병의 경우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간병 인력을 대체할 정도로 월등히 많아야 하고, 용돈 역시 단순한 수준을 넘어 생활비 전체를 부담하는 등 재산 유지에 기여했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의 경우 아버지가 연금으로 생활해왔고 삼형제가 고루 간병을 나누어 한 정황이 있어, 특정 형제에게 기여분을 가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결국 3분의 1씩⋯ 법대로 나누는 게 유일한 해결책
아버지는 생전에 "나 죽고 나서 너희끼리 싸우지 마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요건을 갖추지 못한 영상 하나가 오히려 형제의 우애를 갈라놓고 말았다. 민법상 법적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라 하더라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삼형제는 법정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똑같이 3분의 1씩 나누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홍수현 변호사는 "민법에서 유언 방식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여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기준에 따라 갈등을 정리하는 것이 형제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