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몰카, 가해자 불러달라? '이것' 허용하는 순간 증거는 영영 사라진다
헬스장 몰카, 가해자 불러달라? '이것' 허용하는 순간 증거는 영영 사라진다
"지웠으니 끝났다"는 가해자의 거짓말
디지털 포렌식이 밝혀낼 진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한 헬스장에서 운동 중이던 여성이 불법 촬영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A씨는 긴팔 집업과 긴 레깅스 등 노출이 적은 운동복을 착용한 상태였으나, 고개를 숙이고 운동에 집중하던 찰나 누군가 자신을 향해 여러 차례 셔터를 누르는 것을 목격했다. A씨가 고개를 든 순간 마주한 것은 자신을 향해 있던 휴대전화 렌즈였다.
당시 범행 장면은 헬스장 내부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되었으며, 가해자는 현장에 있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밝혀졌다. 당황한 A씨에게 헬스장 측은 "가해 학생을 불러서 사진을 지우도록 조치해주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헬스장의 대응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직접 대면은 증거 인멸의 지름길, '임의 삭제' 절대 금물
피해자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가해자가 사진을 지우고 발뺌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헬스장 측의 중재로 가해자를 대면하게 될 경우, 가해자는 압박감을 느끼고 현장에서 즉시 촬영물을 삭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헬스장 측의 임의적인 조치를 거부하고 즉시 112에 신고할 것을 권고한다. 가해자가 사진을 지우기 전,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해 증거를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설령 가해자가 이미 사진을 삭제했더라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활용하면 삭제된 데이터의 99% 이상을 복구할 수 있다. 촬영 당시의 메타데이터와 로그 기록을 통해 촬영 행위 자체를 입증할 수 있으며, 이는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고3이라 처벌 어렵다?"... 미성년자 신분은 면죄부 안 돼
가해자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이는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형사책임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자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가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이나 소년부 송치 등으로 절차가 진행될 수는 있으나, 범죄 성립 여부와 피해자의 권리 행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대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했는지 여부에 대해 피해자의 의상뿐만 아니라 촬영 의도와 각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대법원 2022. 6. 9. 선고 2022도1683 판결 참조). 따라서 피해자가 레깅스 등을 입고 있었다 하더라도,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여러 컷 촬영했다면 명백한 범죄로 인정된다.
CCTV 보존 요청이 우선... 전문가 "고소 대리 통해 주도권 잡아야"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가 취해야 할 행동은 명확하다. 우선 헬스장 측에 CCTV 영상이 덮어쓰기 되지 않도록 즉시 증거보존 요청을 해야 한다. 이후 경찰 신고를 통해 가해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점을 이용해 부모나 학교 측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하거나 합의를 종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을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고소는 단순한 신고를 넘어 사건의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라며 "가해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피해 진술을 논리적으로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