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뇌경색' 증상 환자 방치한 응급실⋯"명백한 응급의료법 위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뇌경색' 증상 환자 방치한 응급실⋯"명백한 응급의료법 위반"
"적절한 응급의료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병원으로 환자 이송해야"
응급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가능

갑작스러운 뇌경색 징후에 깜짝 놀라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A씨. 그런데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셔터스톡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뇌경색. 뇌혈관이 막혀 피를 공급받지 못해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인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한 후유증이 남거나 신체적 장애를 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1분 1초 촌각을 다투는 병이다.
A씨도 갑작스러운 뇌경색 징후에 깜짝 놀라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도착하기 전부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온 것처럼 감각이 사라졌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지금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결국 응급실에 온 지 4시간이 지나서야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쪽 팔을 쓰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처음 간 대학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장애를 얻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응급 환자 방치한 응급실⋯명백한 응급의료법 위반
응급실에 온 환자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응급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변호사들은 판단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제8조에서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에 대하여는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기준에 의하면 뇌경색은 심장마비, 무호흡, 무의식 환자 다음으로 빠른 응급치료가 요구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응급의료의 우선순위를 어긴 것과 함께 A씨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지체한 것도 법 위반이다.
응급의료법 제11조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부 변호사는 "의사가 없다면서도 4시간이 지나서야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 대학병원에 대해 의료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지체 없이'라는 요건에 해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상 과실치상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가능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①해당 대학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형사 고소하고 ②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의료 과실로 인해 A씨에게 장애가 생긴 것으로 보이므로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형법 제268조에 따라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응급실에서 곧바로 치료행위를 하지 않은 것과 A씨의 장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선의의 오지은 변호사는 "해당 대학병원에서 조치가 지연됨으로써 A씨의 상태가 악화했다는 내용을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준 변호사도 "뇌경색은 얼마나 빨리 처치(혈전 용해제 투여)가 시작되는가에 따라 후유증이나 장애의 결과가 결정되는데, 발병 후 너무나 늦게 치료가 이루어져 장애가 생긴 것임을 주장·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는데, 과연 '정당한 사유'가 있었을지 매우 의문"이라며 "일단은 해당 병원의 진료기록분석을 통해 과실 가능성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