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배당금으로 '당해세' 냈는데, 세무서가 다른 빚 갚는 데 썼다면?
경매 배당금으로 '당해세' 냈는데, 세무서가 다른 빚 갚는 데 썼다면?
파산재단서 받은 배당금, 신고도 안 한 다른 세금에 임의로 충당…위법성 여부와 대응책은

파산 절차 중 부동산 경매 배당금을 과세관청이 지정된 '당해세'가 아닌 다른 체납 세금에 임의로 사용해 논란이다. 이 경우 파산관재인을 통해 이의신청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으로 시정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파산 절차를 밟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파산관재인이 A씨의 부동산을 경매에 넘겨 나온 배당금을 세금 납부를 위해 과세관청에 지급했다. 특정 부동산에 부과되는 '당해세'를 내기 위한 돈이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이 돈을 당해세가 아닌 다른 체납 세금에 먼저 사용했다. 심지어 파산 절차에서 받겠다고 신고조차 하지 않은 세금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결국 원래 내야 했던 당해세는 그대로 남게 됐다.
과세관청이 배당금을 지정된 목적과 다르게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걸까.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을 방법이 없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신고도 안 한 세금에 배당금 쓴 과세관청…변호사들 "위법 소지 크다"
변호사들은 과세관청의 이러한 임의 충당 행위가 위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파산 절차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홍현필 변호사(변호사 홍현필 법률사무소)는 "과세관청이 배당금을 채권계산서상의 세목이 아닌 다른 체납 세금이나 미신고 세금에 임의로 충당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파산관재인이 지급한 배당금은 신고되고 승인된 해당 재단채권의 변제 목적에 한정하여 효력이 발생한다"며 "과세관청이 배당받은 금액을 신고되지 않은 별개의 세금에 충당하는 것은 파산법상 배당의 목적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법승의 이승우 변호사 역시 "과세관청이 교부청구 또는 채권계산서를 통해 법원에 공식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조세채권에 배당금을 임의 충당하는 것은 다른 재단채권자들의 안분배당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파산 절차에 정식으로 참가하지 않은 채권은 파산재단으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사무소 장원의 장성원 변호사는 "파산재단 부족으로 실시된 재단채권 안분배당에서 과세관청이 수령한 배당금은 신고·확정된 당해세 재단채권에 대한 안분변제액으로 성격이 고정된다"며 "과세관청이 이를 임의로 다른 체납액의 변제 재원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 체납처분과 다른 '파산 배당금' 충당, '민법' 원칙 따라야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파산절차에서 이뤄지는 배당금 충당이 일반적인 체납처분과 다르다는 점이 있다. 법원은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변제에 충당할 때는 국세징수법이 아닌 민법의 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반적인 체납처분(공매 등)에서는 과세관청이 어느 세금에 먼저 충당할지 재량을 넓게 갖지만, 파산절차에서는 다르다는 의미다. 민법상 변제충당은 비용, 이자, 원본 순서로 이뤄지며, 여러 채무가 있을 경우 채무자에게 변제 이익이 많은 채무부터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파산재단 내 조세 채권의 충당은 국세징수법상 법정 충당 순서를 준수해야 한다"며 "당해세로서 우선권이 부여된 배당금은 그 취지에 맞게 해당 당해세에 우선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일로의 채민수 변호사는 "당해세 명목으로 권리를 주장해 배당을 받았고, 그 금액이 당해세 액수 이상이라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해당 당해세가 소멸되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며 "배당금의 법적 성격, 과세관청의 채권신고 내용, 실제 충당순서가 법정 기준에 맞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의신청·부당이득반환청구…파산관재인 통해 대응해야
그렇다면 위법한 충당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행정적 불복 절차나 민사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권오훈 변호사는 "이미 충당이 이루어졌다면 충당처분 자체의 위법을 다투는 불복 절차와, 초과 수령이 인정될 경우의 반환 청구를 함께 구성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과세관청에 이의신청이나 심사·심판청구를 제기하거나, 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이 꼽힌다.
로원파트너스의 유승윤 변호사는 "처분을 안 날부터 일정 기간 내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통해 충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고, 다른 재단채권자의 변제 비율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의 주체는 A씨가 아닌 파산관재인이 되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변호사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해결책은 파산관재인을 통해 과세관청의 상세한 충당 내역을 확인하고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관리·처분할 권리는 파산관재인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