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썼으니 수사는 어렵다"는 경찰의 말,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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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썼으니 수사는 어렵다"는 경찰의 말, 사실이 아니다

2022. 03. 15 15:5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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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허경영에게 폭행 및 추행 당했다" 주장

신고하려 했지만, 경찰 "각서 때문에 수사 어렵다" 답변

"신체 만져도 신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법적 효력 있을까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아픈 곳을 치료해주겠다며 여성을 때리고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JTBC 캡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뇌성마비 장애인인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허경영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양주의 '하늘궁'을 찾았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 A씨 어머니는 허씨에게 치료를 받으면 장애를 고칠 수 있다며 A씨를 이곳에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허씨는 '에너지 치료'를 한다며 A씨의 신체 등을 만졌다. A씨는 "(허씨가) 독소를 뺀다며 얼굴 전체를 내리쳤다"며 "어깨 등 안 만진 곳이 없을 정도로 온몸을 다 만졌다"고 했다.


이후 A씨 경찰에 신고하려고 찾아갔지만,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유는 A씨가 치료 직전 '허 대표가 기(氣)를 주면서 만질 수 있는데 성추행 행위가 아니고, 나중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기 때문.


이런 각서를 썼다면 정말 신고할 수 없을까. 로톡뉴스가 알아봤다.


해당 각서, 민법에 따라 무효

사실, 우리 법은 '사적자치(私的自治⋅개인 간의 법률관계는 개인 각자에게 맡긴다는 원칙)'를 따르고 있다. 당사자 간의 합의를 우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도 각서에 동의를 했으니 이를 따라야만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 A씨가 쓴 각서는 무효이기 때문이다. A씨와 허경영 측이 맺은 계약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우리 민법(제103조)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신체 포기각서, 노예계약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대구'의 배동천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A씨가 주장하는 성추행 피해는 신체와 생명,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이를 침해당했는데 신고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점에서 각서는 무효"라고 했다. 또한 그는 "피해자의 고소권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권리로 당사자 간의 각서보다 효력이 크다"며 "고소권을 가진 A씨는 각서를 썼어도 신고할 수 있고, 신고해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대구의 배동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배 변호사는 "A씨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양해를 받았어도, 이 각서는 법률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경찰이 수사 착수를 안 하는 건 직무유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A씨가 각서에 동의를 했으니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한편, 국가혁명당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부인했다. 관계자는 JTBC에 "그건(성추행 등) 있을 수도 없는 얘기"라며 "(허경영 대표는) 진짜로 거룩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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