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채굴 위해 38일 동안 풀가동한 선풍기에서 화재…법원 "제조사 책임 없다"
코인 채굴 위해 38일 동안 풀가동한 선풍기에서 화재…법원 "제조사 책임 없다"
보험사, 선풍기 제조사 상대로 1억 4000만원 구상금 청구 소송
1심 재판부, 대법원 판례 근거로 보험사 패소 판결

비트코인 채굴기의 열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를 38일간 24시간 내내 틀다가 불이 난 경우,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셔터스톡
비트코인 채굴기의 열을 식히려고 선풍기를 24시간 내내 작동시켰다가, 기기 과열로 불이 났더라도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보험사가 선풍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그해 여름 구매한 공업용 선풍기를 30일 넘는 기간 동안 24시간 내내 작동시키고 있었다. 비트코인 채굴기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였다.
결국 선풍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해당 건물 일부와 물품 등이 불에 탔다. 소방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원인에 대해 '선풍기의 모터 연결 전선 부위에서 과부하 등의 전기적인 원인으로 단락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A씨와 보험 계약을 맺었던 보험사가 A씨에게 손해배상금 5000만원을 가지급했다. 가지급이란 보험사가 지급사유에 대한 현장조사나 확인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추정하고 있는 보험금의 50% 이내에서 먼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보험사는 "선풍기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선풍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1억 4000만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보험사)이 채무 당사자(선풍기 제조업체)에게 그만큼의 돈을 도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구상권이라고 하며, 이를 청구하는 소송이 구상금 청구 소송이다.
이 사안을 맡은 법원은 선풍기 제조업체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해 보험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가 근거였다. 우리 대법원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조업체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화재 당시 A씨 선풍기의 경우,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선풍기를 구매한 뒤 38일 동안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최성수 부장판사는 "이 사건 선풍기는 유통될 당시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구조·품질·성능 등이 기대 가능한 범위 내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등은 선풍기 구매 후 30일이 넘는 기간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정상적인 사용상태를 전제로 한 보험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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