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명령신청, 가해자 재판 중 손해배상까지 한 번에 끝낸다
배상명령신청, 가해자 재판 중 손해배상까지 한 번에 끝낸다
별도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에서 손해배상 가능
대법원 "피해금액 특정되고 배상책임 명백한 경우에 한해 적용"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가해자 처벌 재판과 별도로 민사소송까지..." 범죄 피해자가 겪는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해자의 이중고를 덜어주기 위해 우리 법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곧바로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는 '배상명령제도'가 마련돼 있다.
배상명령제도의 개념과 법적 근거, 어떤 범죄에 적용되며 어디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신청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짚어봤다.
배상명령제도 "쉽고 빠른 피해 회복 목표"
배상명령제도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 제25조 제1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복잡한 민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형사절차 내에서 빠르게 피해를 보상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은 이 제도에 대해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에 대한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라고 취지를 명확히 밝혔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4088 판결).
즉,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재산 피해액이 분명하고 가해자의 책임 범위도 확실할 때, 법원이 직접 배상을 명령해 피해자를 돕는 것이다.
확정되면 민사판결과 같은 강력한 힘
이 제도의 가장 큰 힘은 확정된 배상명령이 일반 민사소송에서 이긴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소송촉진법 제34조 제1항은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미리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의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해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가해자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압류 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상명령제도, 어떤 범죄에 적용될까?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범죄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상해와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죄 등이 있다. 또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손괴 등 대부분의 재산 관련 범죄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같은 특별법에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배상명령제도를 두고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배상명령제도, 배상 범위는 어디까지?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범죄로 인해 직접적으로 입은 물적 피해, 다쳐서 들어간 치료비 손해,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았다면 치료비, 물건을 도둑맞았다면 물건 값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간접적인 손해나 "이 범죄가 아니었다면 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기대이익의 상실 등은 배상명령 대상이 아니다. 이는 제도가 빠르고 간편한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배상명령제도는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신청하나?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은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해당 피고 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원칙적으로 서면(배상신청서)으로 하지만, 공판정에서는 말로도 신청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배우자, 직계혈족(부모, 자녀 등), 형제자매에게 대신 신청을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청 자체로 민사소송 효과, 중복 소송은 안돼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소(訴)를 제기한 것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별도로 민사소송을 또 제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주의할 점은 피해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에 관해 다른 절차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인 때에는 배상신청을 할 수 없다. 이중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검사의 알릴 의무, 피해자 권리 보호 장치
검사는 배상명령 대상범죄에 대해 공소(형사재판을 청구하는 것)를 제기한 경우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음을 통지해야 한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절차적 의무이다.
재판 기록 열람도 가능…신청인의 절차적 권리
배상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신청인에게 공판기일(재판 날짜)을 통지해야 한다. 배상신청인은 공판절차를 지나치게 지연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소송기록을 열람하거나, 피고인 또는 증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질문하거나, 기타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도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