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만원 인테리어의 배신…'곰팡이 지옥' 된 새집, 업체는 "네 탓"
9천만원 인테리어의 배신…'곰팡이 지옥' 된 새집, 업체는 "네 탓"
법조계 "명백한 시공 하자…재시공·가구 교체비까지 배상 가능"
1년의 '골든타임' 놓치면 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를 꾸미기 위해 거금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시커먼 곰팡이와 축축한 습기,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시공사의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집주인 A씨의 사연을 통해 인테리어 하자 분쟁의 법적 쟁점을 짚어본다.
입주 9개월 만의 악몽 벽지 뜯자 '검은 곰팡이' 폭포
2024년 11월, A씨는 9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마친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행복은 잠시였다. 두 달 뒤인 2025년 1월, 현관 벽에서 작은 곰팡이 얼룩이 발견됐다. '새집이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9개월이 흐른 지난 9월,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세탁실과 현관 벽, 바닥은 물론 중문 가벽과 새로 산 가구까지 검은 곰팡이가 뒤덮었다. 심지어 습한 곳에 사는 '먼지다듬이' 벌레까지 들끓기 시작했다.
"배관 이상 없다" 4번의 진단 증거 앞에서도 '네 탓'이라는 업체
A씨는 즉시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했지만, 업체는 "아파트 자체 배관 누수 문제"라며 책임을 LH 시공사로 돌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4곳의 누수 전문업체에 탐지를 의뢰한 결과는 모두 '배관 이상 없음'. 오히려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공사 당시 시멘트 양생(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이 덜 된 상태에서 마감해 바닥에 물이 고인 것 같다"는 공통된 소견을 냈다.
객관적 증거 앞에서도 업체의 태도는 돌변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니 보수는 못 해준다"고 버티더니, 자신들이 불렀던 누수 탐지 비용까지 A씨에게 떠넘겼다.
법조계 "전형적 시공 하자" 업체 책임 100% 가능한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전형적인 시공 하자'이며 업체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강희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배관 누수 가능성이 배제된 이상, 시멘트 양생 불량으로 인한 하자는 명백한 시공사의 책임"이라며 "업체가 하자 보수를 거부하고 비용까지 청구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667조(수급인의 담보책임)는 시공사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보수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남희수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9천만 원대 공사에서 단기간에 이 정도 하자가 발생한 것은 통상 갖춰야 할 품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단순 보수가 아닌 전면 재시공 요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곰팡이 핀 가구, 방역비도 보상? '확대 손해'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재시공 비용 외 '확대 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하자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손해, 즉 곰팡이로 오염된 가구 교체 비용, 벌레 방역 비용, 공사 기간 동안 거주가 불가능할 경우 임시 거처 비용 등도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곰팡이와 벌레 피해 사진, 전문가 소견서, 각종 비용 영수증 등 증거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송만이 답일까? '1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소송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객관적인 하자 원인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조정위 결정은 강제력이 없어 업체가 불응하면 그만"이라며 "업체가 완강히 책임을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는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2025년 11월까지는 소송 제기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9천만 원의 꿈이 악몽으로 변한 A씨. 전문가들은 증거가 명확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법정 다툼은 길고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다.
A씨가 차가운 법정에서 시공사의 책임을 입증하고 곰팡이 핀 보금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