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한 장에 발목…퇴사하니 '월급 2달치 반환' 요구
계약서 한 장에 발목…퇴사하니 '월급 2달치 반환' 요구
'동업자 계약서' 쓴 학원 강사, 근로자일까 프리랜서일까?

건강 악화로 퇴사한 학원 강사에게 학원이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건강 악화로 급하게 학원을 그만둔 강사에게 학원이 '두 달치 월급'을 손해배상금으로 요구하며 법적 분쟁이 불거졌다.
'동업자'라는 이름의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실제론 학원의 통제를 받는 '근로자'와 다름없었다는 강사의 주장. 계약서의 이름보다 실질을 따지는 법의 잣대 위에서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법적 쟁점과 생존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건강 때문에 그만뒀는데…'두 달치 월급' 내놓으라니"
학원 강사로 일하던 A씨는 최근 학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건강상 문제로 2월 26일, 더는 일하기 어렵다고 알리자 학원이 '두 달치 월급'을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가 입사 시 작성한 계약서는 통상적인 근로계약서가 아닌,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동업자 계약서'였다. 계약서에는 '퇴사는 2달 전에 알려야 하며, 이를 어길 시 2달치 월급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독소 조항이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실질적인 근로자이므로 이 조항은 무효라고 항변했지만, 학원은 계약서 내용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내 신분은 근로자? 계약서가 전부 아니다"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은 A씨의 '근로자성(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자격)' 인정 여부다.
이에 대해 김상윤 변호사는 "우선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서 명칭이 아니라 실제 근무 형태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계약의 형식보다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목적으로 일했는지 '실질'을 따진다.
A씨의 경우 ▲학원이 정해준 오픽·토스 강의 ▲수강생 3명 이상일 시 폐강 불가 ▲업무 시간 체크 등은 학원의 통제를 받은 정황으로,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웠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다.
황인 변호사는 "동업에 관한 사항도 그렇지만 대부분 프리랜서를 표방하는 학원에 대한 법적판단을 고려해보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것인지는 의문이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법의 심판대: '위약금 무효' vs '계약 책임'
만약 A씨가 근로자로 인정받는다면, 상황은 A씨에게 매우 유리하게 돌아간다.
전종득 변호사는 "근로자로 인정되면, 사직 통보 위반을 이유로 '2개월치 월급을 손해배상금(위약금)으로 지급'하게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금·손해배상액 예정 금지) 취지상 무효로 정리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설명했다. 근로자의 퇴직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위약금 약정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민법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계약 내용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김영호 변호사는 "기간 약정이 있는 경우 부득이한 사유(건강 문제)가 있으면 즉시 해지가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건강 악화라는 '부득이한 사유'를 입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거나 줄일 수 있으며, 설령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학원 측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고 법원이 금액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감액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 '증거'와 '내용증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객관적 증거' 확보가 싸움의 승패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근로자성을 입증하려면 계약서, 급여 내역은 물론, 학원의 지휘·감독을 보여주는 카카오톡 대화, 이메일, 업무 시간 체크 자료, 수업 시간표 등 모든 흔적을 꼼꼼히 수집해야 한다. 건강 문제로 인한 퇴사임을 증명할 진단서도 필수다.
조기현 변호사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이런 경우에는 먼저 근로자성을 주장하면서 해당 조항의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를 법리적으로 정리해, 학원 측에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제안했다.
부당한 요구에 홀로 맞서기보다, 처음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