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내 명의로 불법대출”…가족·직장 폭로 협박, 돈 갚아야 할까?
“동생이 내 명의로 불법대출”…가족·직장 폭로 협박, 돈 갚아야 할까?
명의도용 대출, 변제 의무 '전혀 없어'…변호사들 “불법추심, 형사고소로 맞서야”

불법추심업체가 협박한다 해도 동생이 명의를 도용해 받은 대출금은 갚을 의무가 없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동생이 몰래 받은 대출금, '안 갚으면 폭로하겠다'는 불법추심업체의 협박에 법률 전문가들이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동생이 당신 신분증으로 대출을 받았으니 당장 갚아라. 정해진 시간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가족, 지인, 직장에 모두 연락해 망신을 주겠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이 한 통의 메시지는 평범했던 한 시민의 일상을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동생이 자신의 신분증을 훔쳐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고, 이제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피해자. 주변에 알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채무 변제 의무에 대한 혼란 속에서 그는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갚을 의무 없다”... 명의도용 계약은 원천 무효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자는 이 빚을 단 한 푼도 갚을 의무가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명의를 도용당한 대출 계약은 명의자에게 효력이 없다”고 단언한다.
백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온길)는 “동생이 의뢰인의 명의를 도용해 불법대출을 받은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추후 대응에 신중하여야 하며, 대출금을 갚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섣불리 일부라도 변제할 경우, 채무를 스스로 인정하는 ‘추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연락” 협박 자체가 범죄... 증거부터 확보하라
대부업체의 협박은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다. 명백한 범죄 행위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은 채무와 관련 없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황미옥 변호사(법률사무소 HY)는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 역시 금지되는 행위”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며, 최근 그 처벌 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즉, ‘주변에 알리겠다’는 협박만으로도 업체를 고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송재빈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한발 더 나아가 “지속적인 연락은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형사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과 형사고소 ‘투 트랙’ 대응
그렇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법적 방어막을 쳐야 할까. 전문가들은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권고한다.
우선, 법원에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해 “나에게는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불법 추심의 고리를 끊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와 동시에 불법 추심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즉시 신고하고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한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무등록 대부업,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 초과 수취,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업체가 부당하게 받아 간 이자가 있다면 이를 돌려받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신분증을 도용한 동생 역시 사문서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변호사들 한목소리 “절대 돈 보내지 말고 즉시 신고를”
공포에 질린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의 조언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절대 돈을 보내지 말고, 모든 협박 내용을 증거로 수집해 즉시 경찰에 신고하라.’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경찰에 신분 도용 피해를 신고하고,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를 이용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협박성 문자나 카톡 메시지 캡처, 통화 녹음 등은 업체의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
명의도용 불법 대출 사건의 피해자는 채무자가 아닌 명백한 ‘범죄 피해자’다. 협박에 굴복하는 순간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