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업체 바뀌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 계속 똑같았다면…대법원 "고용 승계 기대권 인정돼"
소속 업체 바뀌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 계속 똑같았다면…대법원 "고용 승계 기대권 인정돼"

고용이 승계될 것이라는 근로자의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새 용역업체가 이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 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셔터스톡
고용이 승계될 것이라는 근로자의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새 용역업체가 이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①새로운 용역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이 있어 업체가 바뀌더라도 계속 일할 거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고 ②그에 따라 직원이 새 업체와의 고용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고용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이연랑 법률사무소'의 이연랑 변호사도 "이번 대법원판결은 고용 승계 기대권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A씨 사안의 경우, B씨에 대한 고용 승계 거부는 잘못됐다는 판단을 받을 게 명백했는데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다"고 평가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석탄 생산직에 종사하던 B씨. 그는 대한석탄공사의 광업소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의 직원이었다. 광업소 측에서 수차례 용역업체를 바꿨지만 B씨는 계속 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업체가 기존에 일하고 있던 B씨를 이어서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용 승계'였다.
그러기를 10년. 지난 2018년, 광업소 측이 기존 업체와 관계를 마무리하고 A씨의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B씨의 신분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 B씨는 근무 중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여 3개월을 쉬었다. 이후 일터에 복귀해보니 사장 A씨가 기존 업체에서 일하던 B씨의 동료 17명과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B씨와의 계약은 거부했다. B씨가 다친 손가락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B씨가 "일상 작업 복귀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고, "다친 손가락에 관해 A씨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했는데도 그랬다. A씨는 아예 B씨를 대신할 다른 직원을 채용했다. 사실상 해고였다.
억울했던 B씨는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 사안을 검토한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B씨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과를 사장 A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노동위원회에 이번 사안을 들고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부당해고'라는 동일한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을 시작했다. "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청구였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직원 B씨는 기존의 업무를 이어가며 근로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이고 △근로계약 내용 역시 비슷했다. 또한 △업체가 바뀔 때,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B씨 입장에선 "기존 관행에 따라 사장 A씨도 나를 고용할 것"이라고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B씨에겐 법적으로 사장 A씨에게 고용 승계를 주장할 수 있는 '정당한' 고용 승계 기대권이 있다는 의미였다. 앞서 사장인 A씨도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서 "관행적으로 고용 승계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도 재판부의 판단에 고려됐다.
그리고 지난 3일, 대법원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1·2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 또한 B씨의 고용 승계 기대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예상된 결과였다. 1·2심 판단 외에도 지난 4월, 이미 비슷한 판단이 대법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한 원자력 발전소의 청소를 담당하게 된 용역업체가 기존 업체의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를 거부한 사안이었다. 당시 대법원도 기존의 관행과 직원들의 인식 등에 비춰 볼 때 직원들의 고용 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청소업체가 승계가 이뤄지던 관행을 잘 알았던 점 또한 고려됐다.
법률자문

이에 대해 법무법인 믿음의 김태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용 승계의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봤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용승계를 인정한다는 법리를 재차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지극히 타당하며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은 물론, 법원 또한 3심에 걸쳐 일관되게 직원 B씨에 대한 고용 승계를 인정한 것은 법리는 물론 사실관계에 있어 고용 승계 기대권 등이 특별히 부인될 사정이 없었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했다.
이연랑 변호사도 "다른 직원들 모두 고용 승계가 됐던 상황이라 B씨의 고용 승계 기대권이 충분히 인정될 상황"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 또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면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기대권을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정당한 고용 승계 기대권'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고용 승계 조항 등을 포함한 계약 내용 여부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새 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이라고 했다. 이를 모두 종합한 경우여야 정당한 고용 승계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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