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먹어 성관계 못했다"는 성범죄 가해자…거짓말탐지기 하자는데, 해야 할까?
"탈모약 먹어 성관계 못했다"는 성범죄 가해자…거짓말탐지기 하자는데, 해야 할까?
"싫다"는 녹음파일 있는데도 터무니 없는 주장
대형로펌 선임해 "숙취해소제 샀다"며 진술 흔들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피해자 A씨는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가해자 B씨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A씨가 먼저 유혹했다"거나 "탈모약을 먹어 성관계가 불가능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B씨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공무원에게 뒷돈을 줘 법적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고 말한 전력도 있다.
A씨는 B씨가 이번에도 돈이나 인맥으로 진료기록이나 카드 내역 같은 증거를 위조하는 건 아닐지, B씨가 제안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진 않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
A씨에게는 분명 "싫다"고 거부한 녹음 파일과 멍 자국 증거가 있다. 과연 이 싸움의 진실은 가려질 수 있을까?
"탈모약 때문에 불가" vs "싫다" 녹음파일…엇갈리는 진술
성범죄 피해를 고소한 A씨는 최근 추가 조사를 받고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가 자신은 탈모약을 먹어 성관계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진료기록까지 제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B씨는 오히려 A씨가 먼저 자기 몸을 만지고 뽀뽀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니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A씨는 B씨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확신하지만, B씨가 과거 "아버지가 공무원에게 뒷돈을 주고 문제를 막아줬다"고 말한 사실이 떠올라 불안했다. B씨가 의사를 매수해 과거 날짜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만들거나, 있지도 않은 카드 결제 내역을 위조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A씨의 손에는 모텔에 들어가기 전 "싫어", "집에 갈 거야"라고 반복적으로 말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과 몸에 든 멍 자국 증거가 있다.
변호사들 "진료기록·카드내역 위조, 현실적으로 불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B씨가 진료기록이나 카드 결제 내역을 과거 날짜로 소급해 위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시도했다면 이는 B씨에게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박건일 변호사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은 시계열로 기록되어 사후에 과거 날짜로 소급 조작하면 시스템 로그를 통해 쉽게 발각된다"며 "카드 결제 내역도 카드사와 가맹점의 독립적 전산 기록이라 개인이 임의로 조작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 역시 "진료기록 위조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 등 별도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희담 법률사무소 김기훈 변호사도 "카드 결제 내역은 카드사 서버에 저장되는 전자기록으로, 개인이 임의로 위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B씨가 A씨는 기억하지 못하는 '숙취해소제 구매'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기억하지 못하는 지엽적인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 들이밀어 사건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전형적인 방어 전략일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거짓말탐지기 제안, 동의 안 해도 돼…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B씨가 제안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역시 A씨가 반드시 응할 필요는 없다. 조사는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만 진행되는 임의수사이며, 그 결과가 법적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는 임의검사이므로 동의 여부를 신중히 정할 수 있다"며 "대법원도 엄격한 조건이 충족돼야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인정되더라도 진술 신빙성을 살피는 정황증거에 그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도 "검사나 법원도 참고자료 중 하나로 볼 뿐 절대적인 증거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긴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거짓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결과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오히려 B씨의 거짓말탐지기 요구가 A씨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압박 수단일 수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