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굴려줄게” 믿고 맡긴 전세금 1.5억, 알고보니 ‘고위험 투자’…사기죄 될까?
“안전하게 굴려줄게” 믿고 맡긴 전세금 1.5억, 알고보니 ‘고위험 투자’…사기죄 될까?
‘원금 손실 절대 안 된다’ 약속 어기고 옵션 투자…손실 나자 ‘내 돈으로 갚겠다’ 거짓말까지

원금 보장을 조건으로 지인에게 전세보증금 운용을 맡겼으나, 지인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혔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지인 B씨로부터 “은행에 돈을 두는 건 바보”라며 “안전하게 관리해 수익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대상은 A씨가 곧 집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 1억 5,000만 원이었다.
A씨는 “절대 원금 손실이 나선 안 되는 돈”이라고 신신당부했고 B씨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B씨는 자신의 아내 C씨와 공모해 A씨의 증권계좌 정보를 넘겨받은 뒤, 원금 손실 위험이 극히 높은 ‘옵션 거래’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손실이 발생한 뒤에도 B씨는 “걱정 말라, 내 사비로라도 1억 5,0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장담하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당시 B씨는 이미 대출까지 발생한 상태였다. A씨는 이들을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손실 절대 불가' 조건 어기고 고위험 투자…아내까지 동원해 기망
A씨는 전세보증금 1억 5,000만 원의 운용을 지인 B씨에게 맡기며 '절대 손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B씨는 이에 동의한 뒤, 자신의 아내인 C씨를 통해 A씨의 증권계좌 ID와 비밀번호를 넘겨받아 직접 운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B씨는 약속과 달리 원금 손실 위험이 매우 큰 옵션 거래에 A씨의 돈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옵션 거래의 위험성을 A씨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결국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했고, A씨가 우려를 표하자 B씨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 심지어 2025년 9월에는 아내 C씨를 통해 “내 사비로라도 1억 5,0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허위로 약속했다. 당시 B씨는 이미 같은 해 6월부터 대출까지 받아 자금 사정이 나빠진 상태였다.
변호사들 “단순 투자 실패 아닌 명백한 기망…사기죄 성립 가능성 높아”
변호사들은 단순 투자 실패가 아닌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처음부터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 ‘기망행위’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LKB평산 김정길 변호사는 “피고소인1이 옵션 거래의 원금 손실 위험을 고의로 은폐한 행위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마땅히 알려야 할 사실을 일부러 알리지 않아 속이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조민성 변호사는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긴 뒤에도 사비로 반환하겠다고 확약해 회수 시점을 미루게 한 부분이 기망으로 다퉈 볼 여지가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원금 손실이 없다고 속여 증권계좌 운용 권한을 얻은 경우, 그 운용 권한 자체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안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변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서 피해 확대를 막을 기회를 저지한 행위로 볼 수 있어 기망의 핵심 정황이 된다”고 봤다.
아내도 공범?…사기 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검토
사기죄 외에도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타인의 투자를 위임받아 운용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금융위원회 미등록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타인 계좌를 일임받아 운용한 행위는, 자본시장법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가담한 아내 C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피고소인 2(C씨)가 계좌 정보를 공유하고 운용에 관여했다면, 공모관계를 입증하여 공동정범으로 고소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고소의 성패는 결국 증거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최초 권유 녹음·메신저, 원금보장 표현, 손실 발생 후 은폐 정황 등을 시간순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판례 번호를 나열하기보다 각 기망 시점과 그 때문에 계좌 통제권을 넘기거나 회수하지 않은 인과관계를 증거와 연결한 고소장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