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상대女에, 그녀의 남편은 나에게…'맞소송' 덫에 걸린 남자
아내는 상대女에, 그녀의 남편은 나에게…'맞소송' 덫에 걸린 남자
'성관계 없었다' 항변, 아내 소송에 '독' 될 수도…전문가들 '조기 합의' 한목소리

한 남성이 여성 직장 동료와 잦은 연락으로 맞상간 소송에 휘말렸다. / AI 생성 이미지
6개월간 직장 동료와 나눈 연락과 몇 번의 식사. 한 남성은 이것이 자신과 아내, 그리고 상대 부부까지 얽힌 '맞상간 소송'의 도화선이 될 줄 몰랐다.
"성관계는 없었다"는 그의 항변은 억울함의 표현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대응이 오히려 아내가 제기한 소송을 위태롭게 만드는 '딜레마'를 경고했다.
조기 합의가 최선이라는 조언 속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부정행위'의 넓은 범위가 사건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팔짱이 전부"라지만…두 부부 엇갈린 소송 칼날
직장인 A씨는 최근 동료 여성의 남편으로부터 상간남으로 지목돼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했다. 그가 밝힌 상대 여성과의 관계는 약 6개월간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점심·저녁 식사를 몇 차례 함께한 것이 전부다.
A씨는 "신체적인 접촉은 팔짱을 낀 적 두세번 악수하면서 잡은 손 두번 정도이고 그 이외 신체적 접촉은 일절 없었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를 알게 된 상대 남편은 이혼을 진행하며 A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나섰다.
문제는 A씨의 아내 역시 이미 상대 여성에게 상간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는 점. 두 부부가 모두 배우자의 상대방에게 소송의 칼날을 겨눈 복잡한 '맞소송'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A씨는 "상대방은 저와의 카톡 전문과 통화내역 녹음 전부를 갖고 있어 상대방 남편도 모두 확인하고 보유하고 있다며"라고 말해, 증거 확보 면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임을 토로했다.
나의 방어, 아내의 독 될까…'맞소송'의 딜레마
A씨를 가장 큰 고민에 빠뜨린 것은 자신의 소송 대응이 아내가 제기한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만약 A씨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 전부 승소할 경우, 그 판결은 아내의 소송에서 상대 여성에게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는 이 딜레마를 정확히 짚었다. 오 변호사는 "A씨가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A씨 아내분의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A씨가 부정행위를 부인하고 다투면서 상간소송에서 전부 승소까지 한다면, 이러한 결과는 A씨 아내분의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A씨가 자신을 변호하면 해당 사안은 아내의 소송과 동일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내 소송의 피고도 해당 사안에 대한 변호가 이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며 두 사건이 사실상 한 묶음임을 지적했다.
"판결보단 합의"…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조언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조기 합의'를 최선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상대방 남편과의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판결까지 갈 경우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혼 생각이 없다면 서로 소를 취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 또한 "적절한 시점에서 합의하는 것이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판결까지 간다면 생각보다 큰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라며 조기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성관계 없어도 '부정행위'…법원의 넓은 판단 기준
A씨는 성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배우자의 혼인 공동생활을 침해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인정된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조금 더 확인해볼 필요는 있으나, A씨와 여자분 사이의 대화나 만남 등이 사실이고 이에 대한 증거자료가 존재한다면 상간소송에서 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성관계가 없더라도, 부부의 신뢰를 깨뜨리는 지속적인 감정 교류나 사적인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키스, 스킨쉽, 성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주장하는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없습니다."라며 보다 단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 고순례 변호사는 "만남 기간이 짧고, 성관계등이 없는 상황이라서 위자료액수는 대략 1 천만원 전후로 판결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