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증금 못 받아 비번 바꾼 기존 세입자 vs 열쇠공 부른 새 세입자…법원의 선택은
[단독] 보증금 못 받아 비번 바꾼 기존 세입자 vs 열쇠공 부른 새 세입자…법원의 선택은
짐 뺐어도 보증금 못 받았다면 점유권 유지
법원 "열쇠공 동원한 강제 개방은 불법 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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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 세입자가 잔금을 모두 치렀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기존 세입자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빚어진 갈등에서 법원이 기존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새 세입자가 열쇠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연 행위는 불법적인 점유 침탈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잔금 치른 새 세입자 vs 보증금 못 받은 기존 세입자
사건의 발단은 기존 세입자 B씨가 거주하던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시작됐다.
B씨는 2021년 11월 전 집주인 C씨와 보증금 2억 9,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주 중이었다.
이후 2023년 8월, 새 집주인이 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집을 매수했다.
새로운 세입자 A씨는 새 집주인과 보증금 2억 6,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600만 원을 지급했다.
계획은 새 세입자 A씨가 잔금을 치르면, 새 집주인이 이 돈을 기존 세입자 B씨에게 돌려주어 세입자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기존 세입자 B씨는 이사 날짜에 맞춰 12월 9일 짐을 모두 빼고 관리비를 정산했다.
새 세입자 A씨는 잔금일인 12월 11일, 새 집주인에게 남은 보증금 2억 3,400만 원을 모두 송금한 뒤, 이사 전 내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중개인을 통해 알아낸 비밀번호로 집에 들어가 확인을 마쳤다.
바뀐 비밀번호와 강제 개방, 법정 다툼으로 번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새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인 B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B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해 버렸고, 주민등록 전출 신고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이사를 위해 방문한 A씨 측은 바뀐 비밀번호 탓에 집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B씨가 보증금을 받지 못해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A씨는 결국 열쇠공을 불러 강제로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이사를 강행했다.
갈등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자신이 적법한 점유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B씨 역시 자신의 점유를 불법적으로 침탈당했다며 집을 돌려달라는 맞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 "짐 뺐어도 점유권 유지…강제 개방은 불법"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방법원 재판부는 기존 세입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세입자의 주택 인도 의무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세입자가 미리 짐을 뺐더라도 보증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집을 넘겨줄 의사가 있었거나 인도를 마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세입자가 짐을 뺐더라도 보증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지배하고 있었다면 사회통념상 여전히 해당 주택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열쇠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행위를 불법적인 점유 침탈로 규정하고, A씨에게 집을 B씨에게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새 집주인은 사기죄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처음부터 기존 세입자 B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새 세입자 A씨가 정상적으로 입주하게 해 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A씨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A씨가 이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A씨가 이 집을 차지할 정당한 권리를 처음부터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