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법촬영 후 지인에게 보여준 남성, 1심 명예훼손 '무죄'→2심 명예훼손 '유죄'
여성 불법촬영 후 지인에게 보여준 남성, 1심 명예훼손 '무죄'→2심 명예훼손 '유죄'
무죄→유죄 뒤집혔지만⋯처벌은 그대로 '벌금 300만원'

A씨는 한 숙박업소에서 자신과 함께 있는 20대 여성 B씨를 불법촬영했다. 이 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뒤이은 재판에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피해자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셔터스톡
20대 남성 A씨는 한 숙박업소에서 자신과 함께 있는 20대 여성 B씨를 불법촬영했다. 이후 지인에게 해당 사진을 전송하고, 직접 만나서 자기 휴대전화 속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A씨는 이 일로 지난 2020년 5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뒤이은 재판에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이를 토대로 피해자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 임창현 판사는 A씨에 대해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피해자의 사진을 다른 회원에게 보냈기 때문에 불법촬영 유포 혐의는 명백했다.
하지만 이 행동이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니라고 봤다. 임창현 판사는 "사생활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드러났고 이로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성적 자기결정권 혹은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는 했다.
그럼에도 명예훼손이 아닌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적었다.
①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②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적시된 사실이란 '피해자가 A씨와 함께 모텔에 있었던 것'이다
③ A씨와 피해자 모두 20대 미혼이다
④ 혼전순결이나 정숙 의무를 강요하던 시절이 아니다
⑤ 현재 사회 통념상, 모텔에 갔다고 하여 미혼 여성을 탓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⑥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는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 사실이라 볼 수 없다
이어 "A씨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안타까우나, 피해자가 느낀 성적 불쾌감 등은 명예훼손의 사회적 평가 훼손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판단은 항소심(2심)에서 뒤집혔다. 지난해 11월,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는 "성관계는 개인의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영역"이라며 "(누구든) 이 사실이 함부로 공개되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성 관념이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긴 하나, 여전히 성관계를 암시하는 사진이 유출될 경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해당 사진을 본 이들 중 일부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A씨가 벌인 행동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어 "피해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 내지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다"며 "이러한 사정이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사회적 가치'나 '평가'와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량은 1심과 같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불법촬영물 유포에 명예훼손죄까지 추가로 인정됐음에도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2심을 맡은 오창섭 부장판사는 "A씨가 이미 '불법촬영'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이미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혐의에 대해 처벌을 받았으니, 이번 재판에선 어느 정도 형평을 고려해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피고인 A씨가 23세에 불과한 청년으로 갱생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