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성폭행 피해자 '탄원서'의 진실...법원은 왜 "진정한 의사 아니다" 판단했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친부 성폭행 피해자 '탄원서'의 진실...법원은 왜 "진정한 의사 아니다" 판단했나

2025. 09. 23 09:3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진심' 아닌 탄원서, 법원이 간파한 이유

'하나뿐인 아빠'라는 절규, 그 이면의 진실

/jtbc 사건반장 캡쳐

'하나뿐인 아빠에게 벌을 주지 말아달라'는 탄원서.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10대 딸이 직접 썼다는 이 글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 탄원서를 피고인의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친부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피해자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례적인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친족 성범죄의 특수성과 사법부의 엄격한 판단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졸업식에 아빠가 와줬으면'.. 법원이 간파한 진술의 특수성

40대 남성 A씨는 이혼 후 두 딸 중 한 명을 9살 때부터 수차례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에 대해 징역 10년, 전자발찌 부착 20년,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딸이 아버지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비록 제 중학교 졸업식에는 아빠가 오지 못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아빠가 와 주는 게 제 소원", "저희 아빠가 저에게 나쁜 짓을 했지만 저에게는 하나뿐인 아빠"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 측은 이 탄원서가 A씨와 혼인신고를 한 동거녀(새엄마)의 강요에 의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네가 거짓말해서 아빠가 벌 받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냐'는 등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A씨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법원은 탄원서에 담긴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진정성 없는 의사표현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친족 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 감정이나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번복될 수 있는 특수성을 갖기 때문이다.


법원이 '처벌 불원'을 판단하는 엄격한 기준

법원은 단순한 탄원서 제출만으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제시하는 '진정한 처벌 불원'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피고인의 진지한 노력: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는가.


  • 피해자의 정확한 인식: 피해자가 처벌 불원의 법적,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받아들였는가.


특히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법원은 피해자의 연령과 정신적 성숙도, 의사표시에 이르게 된 경위, 그리고 외부의 압력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판례들은 성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중요한 양형 인자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 경제적 어려움, 가족의 부담감 등으로 인해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해자의 '하나뿐인 아빠'라는 탄원서 문구 이면에 숨겨진 갈등과 압박을 간파하고, 피해자 보호라는 사법부의 중요한 원칙에 따라 엄정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