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반 상사의 "사랑해", 녹취 없어도 직장내성희롱처벌 가능할까? 증거 확보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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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반 상사의 "사랑해", 녹취 없어도 직장내성희롱처벌 가능할까? 증거 확보 방법은?

2026. 02. 06 11:2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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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부터 소송까지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2차 피해' 없는 해결책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밤 9시 반, 직장 상사의 '사랑 고백'. 녹취 파일 하나 없는 절망 속에서 피해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증거 확보 기술부터 고용노동부 신고, 민사소송, 그리고 '2차 피해'를 막는 법적 방패까지 총정리한다.


한밤중 "사랑해", 녹취 없어도 성희롱 맞을까?

지난 9월 10일 저녁 9시 반, 직장인 A씨는 상사로부터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다. 평소에도 업무와 관련해 늦은 시간 통화를 하던 상사였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는 A씨에게 “사랑한다”, “지금 고백하는 거다”, “곁에 있고 싶다”며 일방적인 고백을 쏟아냈다. A씨는 거절 의사를 거듭 밝힌 뒤에야 통화를 끊을 수 있었지만, 이 대화 내용을 증명할 녹취 파일은 없는 상태였다.


증거 없는 성희롱, 과연 법적 대응이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A씨의 사연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업무상 위계관계에 있는 상사가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 ‘곁에 있고 싶다’ 등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거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업무환경을 침해한 성희롱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 역시 “직장 내 지위·관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라며,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발언이 계속되었다면 성희롱 성립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미안하다" 한 마디가 '스모킹 건'…증거 확보의 기술

전문가들은 녹취가 없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가해자가 과거의 행위를 인정하는 '사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의봄 법률사무소 박아롱 변호사는 “녹취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성희롱으로 인정되기도 하나, ...피해 직후 다른 지인 등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사실 등을 입증할 수 있어야 성희롱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조언했다. 통화 기록, 메신저 대화, 주변인 진술 등 간접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만약 상사가 다시 “그날 일 기억나냐”며 대화를 시도한다면, 그때가 바로 증거를 확보할 '골든타임'이다. 법무법인 영웅 박진우 변호사는 상대가 스스로 상황을 인정하게 만드는 유도 기술을 제안했다.


그는 “오히려,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운 척, '저번에 팀장님께서 저한테 왜 그러셨는지 잘 이해가 안 가서요. 제가 혹시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나요?' 라는 식으로, 그가 '그날의 일'을 다시 언급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상대가 “내가 실수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섣부른 반박은 금물이다. 이재용 변호사는 “직접적인 사과 요구나 강한 반박은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변하여 더 이상 발언하지 않을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단호한 태도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 역시 효과적인 증거 수집 방법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는 “예컨대 “그날 발언 때문에 불편했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아 달라”는 식으로 말씀하시고, 이를 녹취로 남기면 성희롱 사실, 피해자의 거부 의사, 상사가 이를 인지했다는 점까지 입증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신고부터 소송까지…'2차 피해' 막는 법적 구제 절차는?

증거를 확보했다면, 이제는 행동에 나설 차례다. 법은 피해자를 위해 사내외에 다양한 구제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다.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회사는 성희롱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사를 통해 성희롱이 확인되면 회사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는 물론, 피해자에게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보호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회사 내 해결이 어렵거나, 회사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행위로 진정하는 방법이 있다. 더 나아가, 성희롱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2차 피해' 방지다. 법은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불리한 조치가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민법상 불법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겪는 따돌림, 비난, 책임 전가 등 모든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즉시 추가 신고하고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대응해야 한다.


법원의 최종 잣대: '평균적인 사람'의 굴욕감

모든 법적 다툼에서 최종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 행위가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평균적인 사람'에게 굴욕감을 주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A씨의 경우, 상사라는 지위, 밤늦은 시간, 거절에도 이어진 고백 등은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문제를 감당하기보다 사내 고충처리 절차, 고용노동부 진정(국번없이 1350) 등 법적 절차를 밟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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