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파트 관리소장 막말 "당신 법무사 자격 날려버리겠다"…살벌한 설전의 결말은
[단독] 아파트 관리소장 막말 "당신 법무사 자격 날려버리겠다"…살벌한 설전의 결말은
"법질하냐? 칼질해주겠다" 폭언 오갔지만
법원 "구체적 해악 고지 없어"
감정 섞인 우발적 욕설은 협박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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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벌어진 고령의 입주민과 관리소장 간의 살벌한 설전.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 이 날의 소동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관리소장의 "자격증을 날려버리겠다", "칼질해주겠다"는 발언이 협박죄로 기소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거칠고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고 해서 모두 협박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무 벌목' 항의가 부른 관리소장실의 설전
사건의 발단은 아파트 단지 내 나무 벌목 문제였다.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70대 입주민 B씨는 관리사무소의 일 처리에 불만을 품고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냈다. 급기야 관련자들을 고소하겠다며 전임 관리소장의 연락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2024년 7월, 관리사무소를 찾은 B씨와 현직 관리소장 A씨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개인정보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 직원들과 실랑이 끝에 관리소장실로 들어간 B씨. 말싸움 도중 B씨가 "당신 문맹자냐"며 A씨를 자극하자, A씨의 감정도 폭발했다.
"법무사고 뭐고 내가 쭉 날려드릴게. 자격 어떻게 취소되는지 싹 날려드릴 테니까."
"이거 다 업무 정지시킬 거야."
"법무사라고 법질하고 있는 거야? 내가 칼질해 줄 테니까 법질 마음대로 하세요."
검찰은 A씨의 발언이 B씨의 법무사 업무와 신체에 위해를 가할 듯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며 A씨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 "구체적 해악 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아"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종우 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법원은 이 사건이 장기간 이어진 갈등과 B씨의 모욕적인 언사("문맹자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우발적 발언이라고 봤다. 계획적인 협박이라기보다는 화가 나서 뱉은 욕설이나 폭언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자격을 날려버리겠다", "업무 정지시키겠다"는 말은 B씨가 관리소 측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에 맞서, A씨 역시 정당한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칼질"이라는 표현 역시 경찰관이 도착한 뒤 하소연하듯 내뱉은 말로, 실제로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인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원은 관리소장인 A씨가 법무사의 자격 취소나 업무 정지를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큼 해악의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A씨의 말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A씨의 발언이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일상적인 다툼에서 오가는 폭언이나 욕설을 전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고정795 판결문 (2025. 10. 3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