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혼수품 가져왔는데 '절도범'이라니…이혼 후 겪는 황당한 고소
내가 산 혼수품 가져왔는데 '절도범'이라니…이혼 후 겪는 황당한 고소
내 돈으로 샀어도 법적으로는 '공동재산'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혼 후 재산 분쟁에서 내 권리를 지키는 법을 법률 전문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이혼 후 '내 돈 주고 산' 혼수품을 가져와도 법적으로 공동재산으로 간주되어 절도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 도장 찍는 순간 '남남', 내가 산 혼수품도 '공동재산'?
3년간의 지긋지긋한 이혼 소송이 끝났다. 새 출발을 다짐하며 혼수로 장만했던 가전·가구를 챙겨 나온 A씨. 하지만 전 배우자의 전화 한 통에 A씨의 새 출발은 악몽으로 변했다.
"그거 다 가져가면 절도죄로 고소할 거야." 터무니없는 돈까지 요구하는 전 배우자 앞에서 A씨는 자신이 절도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내 카드 긁었는데…왜 '우리 것'인가요?
A씨는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내돈내산)'이니 당연히 본인 소유라고 믿었다. 재산분할 판결문에도 가구 소유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법의 시선은 달랐다. 우리 민법은 부부 중 누구의 소유인지 명확하지 않은 재산은 두 사람의 '공동재산'으로 본다(민법 제830조 제2항). 결혼 생활 중 함께 쓴 물건이라면, 설령 한 사람의 월급이나 카드로 샀더라도 '함께 이룬 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법원은 이미 비슷한 사건에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정만으로 단독 소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2021년 판결). 즉, A씨가 자신의 소유라고 굳게 믿었더라도, 법적으로는 전 배우자와의 '공동 소유물'을 무단으로 가져간 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호사들도 '의견 분분'…절도죄, 유죄와 무죄의 아슬아슬한 경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게 엇갈린다. 일부 변호사들은 A씨의 편에 섰다. 김경태 변호사는 "A씨의 정당한 소유임을 입증한다면 절도의 고의성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안재영 변호사 역시 "직접 결제하고 혼수로 가져온 물건이라면 소유권이 인정돼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성현 변호사는 "이혼 판결에서 가구 등 집안 물건에 대한 분할이 별도로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여전히 공동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장휘일 변호사도 "상대방이 공동재산이라 주장하며 절도 혐의를 제기하면 법적 분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 물건'이라는 생각만으로는 형사 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이혼 도장 찍는 순간 '남남'…'가족'이라는 방패는 없다
혹자는 부부 사이의 절도는 처벌받지 않는 '친족상도례'를 떠올릴 수 있다. 형법은 배우자나 동거 가족 간의 절도죄에 대해 형을 면제해주는 특례 조항(형법 제328조)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혼 전의 이야기다. 법적으로 이혼 도장이 찍히는 순간, 두 사람은 완벽한 '남남'이 된다. 더 이상 형법상 가족의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는 것이다. '가족이었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경찰서 가기 전, '이것'부터 챙겨야 혐의 벗는다
그렇다면 A씨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 조사를 받기 전, 반드시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내 소유'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심규덕 변호사는 "구매 당시 카드 결제내역,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혼수 목록이나 관련 대화 내용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둘째,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 윤관열 변호사는 "해당 물건은 내 소유라고 인식했고,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상대의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김동훈 변호사는 "상대방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해서는 무고죄 고소 등 적극적 방어로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객관적인 중고 시세를 기준으로 합의를 시도하거나, 법원에 조정을 신청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