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비 중 가방끈 잡길래 밀쳤는데…폭행 가해자로 몰렸다면?
지하철 시비 중 가방끈 잡길래 밀쳤는데…폭행 가해자로 몰렸다면?
상대방 넘어져 검찰 송치
합의 안 하면 전과 남고 민사소송까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하철에서 시비가 붙은 A씨. 상대방이 자신을 일부러 치고 가는 느낌에 무릎으로 상대를 쳤고, 이내 말다툼으로 번졌다.
상대방이 A씨의 가방끈을 잡고 내리라며 소리치자, 위협을 느낀 A씨는 이를 뿌리치려 상대방을 밀었다. 그만 상대방은 뒤로 넘어졌다.
결국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상대방을 피해자로 보고 A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최근 검찰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A씨는 억울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끝까지 다퉈야 할까, 아니면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나을까?
"상대방이 먼저 잡았다"…정당방위, 왜 인정받기 어렵나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방위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변호사들은 A씨가 먼저 무릎으로 상대를 친 행위와 이후 밀어서 넘어뜨린 행위가 방어의 범위를 넘는 '쌍방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상대방이 가방끈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내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린 행위는 법원 및 수사기관 판례상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고 '쌍방 도발 내지 공격 행위(폭행)'로 판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법원은 서로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 한쪽의 행위만 가려내 정당방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법무법인 연우 남부분사무소 백지예 변호사는 "가방끈을 잡힌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밀었다면 방어행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상대가 넘어질 정도의 힘이 필요했는지까지 판단된다"며 다툴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합의하면 '전과 없이' 종결, 거부하면 '벌금+민사소송' 위험
변호사들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합의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의 혐의인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따라서 A씨가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합의를 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어 전과가 남지 않는다"며 "반면 벌금형을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고, 피해자가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어 추가 금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벌금은 국가에 내는 돈일 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아니므로, 벌금형을 받고도 피해자가 치료비나 위자료를 달라는 민사소송을 또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상대방 부상이 경미하다면 보통 50만원에서 150만원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합의 시 반드시 확인할 두 가지…'죄명'과 '합의서 문구'
합의를 결심했다면 주의할 점도 있다. 상대방이 넘어져 다친 만큼, 추후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죄명이 단순 '폭행'에서 '상해'로 바뀔 수 있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상해죄에서는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처벌이 배제되지는 않아 합의의 무게가 달라진다"며 죄명이 바뀌기 전인 현 단계에서 합의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합의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문구도 있다. 향후 추가적인 분쟁을 막기 위해서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과도한 합의금 요구가 아니라면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합의서에는 처벌불원뿐 아니라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 민사상 청구를 더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