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망치로 건물주 내리친 '궁중족발 사장', 배심원 7명 전원이 사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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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망치로 건물주 내리친 '궁중족발 사장', 배심원 7명 전원이 사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

2025. 10. 15 15:5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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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폭등한 월세와 12번의 강제집행

법은 살인미수를 물었지만, 배심원단은 그의 사정을 보았다

2019년 3월 28일,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6월 7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40cm 길이의 쇠망치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목표물이 나타나자 그는 맹렬히 뒤쫓으며 망치를 휘둘렀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행인까지 차로 쳤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궁중족발 사건'의 시작이었다. 가해자는 족발집 사장 김 씨, 피해자는 새로 바뀐 건물주 이 씨였다.


1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재조명한 이 사건은 겉보기엔 단순 폭력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절박한 사정과 사회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었다.


월세 297만원이 1200만원으로⋯ 비극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이었다. 2009년부터 서울 중구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해온 김 씨는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263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2015년 월세가 297만 원으로 한 차례 올랐지만, 가게는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문제는 2015년 12월, 이 씨가 건물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는 "피해자(이 씨)가 리모델링 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 월 임대료 1200만 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보증금은 3배, 월세는 4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김 씨에게 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가게의 한 달 순수입은 200만 원 남짓에 불과했다.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 해도 합의는 순탄치 않았다. 결국 김 씨는 퇴거를 거부했고, 건물주 이 씨는 명도소송(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2번의 강제집행과 잘려나간 손가락

법원의 판결 이후, 비극은 더욱 깊어졌다. 2017년부터 무려 12차례의 강제집행이 시도됐지만, 김 씨의 거센 저항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김수민 변호사에 따르면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왼쪽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심지어 손가락이 잘린 뒤에도 김 씨는 몸에 시너를 뿌리며 극단적으로 저항했다. 이때 건물주 이 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그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법정에서 공개된 문자에는 "시너쇼 기대한다", "시너 안 뿌리나" 등 조롱과 모욕이 가득했다. 마지막 강제집행이 끝난 지 이틀 뒤, 김 씨는 결국 망치를 들었다.


"살인미수냐, 특수상해냐"⋯ 엇갈린 주장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의 최대 쟁점은 살인의 고의 여부였다. 검찰은 김 씨가 피해자의 집 앞에서 기다렸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피해자의 머리를 노려 쇠망치를 휘두른 점을 들어 '살인미수'를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김수민 변호사는 "변호인은 행인이 많은 아침 시간과 대로변이라는 장소, 칼이 아닌 망치를 사용한 점 등을 들어 계획된 살인이 아닌, 분을 풀려는 의도였다고 변론했다"고 전했다.


결과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살인미수 무죄'였다. 법원은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특수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마저도 감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 그 후⋯ 법은 바뀌었지만 갈등은 여전

'궁중족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를 폭등시켜 기존 임차인을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민낯을 드러내며 임차인 보호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2018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김수민 변호사는 주요 개정 내용으로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임대료 인상률 상한 9%에서 5%로 하향 조정을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재건축이나 대수선을 이유로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영국처럼 임차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갱신 거절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료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기 출소한 김 씨를 상대로 건물주 이 씨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다시 고소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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