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에 남은 '스티커 자국'…아이돌 소속사가 져야 할 민·형사상 책임
문화유산에 남은 '스티커 자국'…아이돌 소속사가 져야 할 민·형사상 책임
상업적 목적·계획적 훼손 정황에 가중처벌 가능성

소속사 관계자가 문화유산 보존구역 시설물에 무단으로 이벤트용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아이돌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려던 팬 이벤트가 한순간에 문화유산을 훼손한 범죄로 전락했다. 단순한 부주의로 치부하기엔 법의 잣대가 무겁다. 이번 사건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다.
'보물찾기' 이벤트가 '문화유산 훼손' 범죄로
사건은 한 아이돌 소속사가 멤버의 생일을 기념해 기획한 '보물찾기'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소속사는 서울 시내 26곳에 이벤트용 스티커를 숨겨두고, 이를 찾아낸 팬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보물'을 숨긴 장소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소속사는 현존하는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유서 깊은 '한양도성'의 보호구역 내 안내 표지판 등 시설물에 버젓이 스티커를 부착했다. 심지어 스티커를 붙인 장소를 SNS에 버젓이 공개하며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이벤트가 끝난 뒤에는 뜯겨나간 스티커 자국이 흉물스럽게 남았다.
팬심으로 시작된 이벤트가 어쩌다 징역형까지 거론되는 사건이 됐을까. 법적 책임을 단계별로 짚어봤다.
가장 무거운 죄, '문화유산법 위반'…최대 징역 5년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문화유산법) 위반이다. 이는 단순 재물손괴와는 차원이 다른 처벌로 이어진다.
문화유산법 제99조는 "지정문화유산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양도성 보호구역 시설물에 스티커를 붙이고 흔적을 남긴 행위는 문화유산의 '현상 변경'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재물손괴죄·경범죄 처벌도 가능…'상업적 목적'은 가중 요소
문화유산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 스티커 흔적으로 인해 시설물의 효용을 해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가장 가벼운 처벌로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 있다. 인공구조물에 광고물을 붙이거나 훼손한 경우에 해당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 훼손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속사의 행위가 가중처벌될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업적 목적: 아이돌 홍보라는 명백한 상업적 목적이 있었다.
- 계획적 범행: 서울 시내 2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계획된 이벤트였다.
- 사후 관리 소홀: 훼손된 흔적을 방치해 추가적인 피해를 유발했다.
이 외에도 문화재청이나 지자체는 행정명령으로 원상회복을 명령할 수 있으며, 복구 비용 전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