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비싸게 산 땅…부당이득죄로 고소할 수 있나
'알박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비싸게 산 땅…부당이득죄로 고소할 수 있나
형법상 부당이득죄 성립 여지 있지만⋯'알박기'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립하는 것은 아냐
대법원 "재개발 사업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구입한 사정 등 있어야"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땅을 시세보다 수십배 비싼 가격에 산 A씨.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은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에 A씨는 소송을 통해 과도하게 지불한 돈을 어느 정도 돌려받고 싶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재개발 지역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알박기'. 이는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땅을 재개발 사업가에게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A씨가 이러한 "알박기에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 땅을 사지 않고서는 계획한 건물 건축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수십 배 비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땅을 샀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에 A씨는 상대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과도하게 지불한 돈을 돌려받고 싶다.
우선, 형법상 부당이득죄(제349조)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해당 혐의는 상대방의 곤궁(困窮⋅난처함)하고, 절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을 때 성립한다. 단, 알박기 등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했더라도 무조건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재개발 사업을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보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뒤 협조를 거부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2008도8677).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는 데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했거나, 상당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정향의 박재성 변호사는 "부당하게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는 거래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관계, 토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가격 결정을 둘러싼 쌍방의 협상 과정 등을 제반 사항을 종합해 판단된다"고 밝혔다.
원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조대진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형법상 부당이득죄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시세 차익 뿐만 아니라 위와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도 비슷한 법리가 적용된다. 우리 민법(제104조)은 "당사자의 궁박(급박한 곤궁) 등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변호사들은 "몇 가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익환 변호사는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시세 차익 뿐 아니라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관계, 당시 상황의 절박성, 계약 체결을 둘러싼 협상 과정 및 거래를 통한 당사자의 이익,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대안이 존재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재성 변호사 역시 "부당이득죄의 성립 여부 뿐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된다"며 "관련 자료나 증거 등을 통해 검토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