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불가' 자필 서명 한 번에…500만원 계약이 분양가 20% 위약금으로
'해지불가' 자필 서명 한 번에…500만원 계약이 분양가 20% 위약금으로
'깜깜이' 동호수 지정 계약의 함정…'민형사상 이의제기 불가' 조항은 무효?

신축 건물 동호수 지정 후 '해지 불가' 문구에 서명했다가 거액의 위약금을 통보받은 사례가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해지불가임을 인지함." 섣불리 써 내려간 이 한 문장이 수천만 원대 위약금 폭탄으로 되돌아왔다.
신축 건물 '동호수 지정' 명목으로 500만원을 냈던 A씨는 계약을 취소하려다 총 분양가의 20%를 내야 한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자필 서명을 했더라도, 분양사의 과도한 위약금 요구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금 500만원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조언한다.
500만원 걸고 서명한 '해지불가', 돌아온 건 20% 위약금 통보
A씨의 악몽은 2024년 11월 한 신축 분양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동호수지정계약서'를 작성하며 300만원을 낸 것이 첫 단추였다.
한 달 뒤인 12월 10일, 분양사의 연락에 다시 사무실을 찾은 A씨는 '동호수지정확약서'라는 서류에 200만원을 추가로 입금하고 "해지불가임을 인지함"이라는 문구를 직접 쓴 뒤 서명했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계약 취소를 문의하자 분양사의 태도는 돌변했다. A씨가 체결한 계약서가 정식 분양 계약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해지하려면 총 분양가의 10%와 위약금 10%를 합한 거액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분양사의 주장이었다.
A씨가 서명한 확약서에는 "동호수지정 확약금으로 납입한 금액은 위약금으로 갑에게 귀속되며 을은 이에따른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까지 들어 있었다.
전문가들 "계약 성립부터 의문, 불공정 약관은 무효"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계약이 법적으로 완전한 '분양 계약'으로 성립되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분양대금 총액, 입주 시기 등 중요 내용에 대한 합의 없이 동·호수만 지정한 계약은, 추후 정식 계약을 위한 '예약' 단계로 볼 소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사가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핵심 반격 카드로 제시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무조건적 해지불가 문구는 약관규제법상 무효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고객의 해지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심지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사법적 구제 절차까지 막는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자필 서명 했어도 포기는 금물"…변호사들의 구체적 해법은?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가 '해지 불가' 문구에 직접 서명했더라도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해당 자필 서명으로 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은 있으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분양사의 기망 행위나 불공정한 약관 등이 있었다면 법적으로 그 효력을 충분히 다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각도의 해법도 제시됐다. 변호사 김도헌 법률사무소의 김도헌 변호사는 "건축물분양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과태료 부과가 이루어진 경우 분양계약 해제 및 납인한 금원을 돌려받는 것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분양사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이를 근거로 계약 해제와 납입금 반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A씨는 분양사를 상대로 ▲해당 계약은 중요 사항이 빠져 성립되지 않았고 ▲위약금 관련 조항은 약관법 위반으로 무효임을 주장하며 납입금 5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