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50만 원이 갑자기 400만 원으로? 새 건물주의 '폭탄 청구서'
월세 250만 원이 갑자기 400만 원으로? 새 건물주의 '폭탄 청구서'
변호사들 "채권양도 통지 없으면 대항 가능…'이것' 안 하면 보증금 위험"

새 건물주가 하루 연체를 빌미로 월세 감면 약정 무효를 주장하며 감면액 반환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월 400만 원짜리 월세를 250만 원으로 깎아주는 약정을 믿고 장사하던 임차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새 건물주가 나타나 "과거에 하루 연체한 적이 있으니, 감면 약정은 무효"라며 400만 원 기준 월세는 물론, 9개월치 렌트프리 비용까지 전부 토해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보증금 5천만 원까지 위태로운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새 주인의 요구에 '결정적 하자'가 있다면서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9개월간 잠자코 받더니…'감면 무효' 주장의 허점
분쟁의 시작은 '하루라도 연체 시 무효'라는 특약이 담긴 월세 감면 약정서였다.
임차인은 실제로 하루 연체했지만, 이전 건물주는 그 후로도 9개월간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감액된 월세 250만 원을 수령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이러한 행동이 '묵시적 추인'에 해당하여, 새 주인의 주장이 힘을 잃는다고 분석한다.
홍현필 변호사는 "임대인이 지연 발생 이후에도 9개월간 이의 없이 250만원을 수령했다면 이는 감면 약정의 효력을 유지하겠다는 묵시적 합의나 권리의 포기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기존 임대인이 특약 무효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므로, 새 주인이 이제 와서 약정 무효를 주장하며 400만 원을 소급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법원에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렌트프리'까지 뱉어내라는 요구, 법원 문턱 넘을까?
새 건물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9개월치 렌트프리 비용 전액과 이자까지 반환하라고 압박했다. 약정서에 관련 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홍윤석 변호사는 "단순 연체를 이유로 렌트프리 전액과 이자를 반환하라는 조항은 과도한 손해배상 예정으로 보아 법원에서 감액될 여지가 큽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근거한 것으로,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
심준섭 변호사 역시 "렌트프리는 영업 지원 성격이므로 단순 연체만으로 전액 반환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여, 법적 다툼 시 해당 금액은 상당 부분 감액될 것을 시사했다.
새 주인의 결정적 하자, '채권양도 통지'의 누락
이번 사건에서 임차인이 가장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논리는 '채권양도 통지'의 부재다. 새 주인이 이전 건물주로부터 월세를 받을 권리(차임 채권)를 법적으로 승계받았다고 주장하려면, 민법 제450조에 따라 '양도인(이전 건물주)이 채무자(임차인)에게 채권을 양도했다는 사실을 통지'했어야 한다.
조재황 변호사는 "채권양도 통지 없이는 새 소유자가 기존 임대차 관계를 그대로 승계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라며 "소유권 이전과 채권양도는 별개 문제이며, 적법한 통지 없이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임차인이 이전 건물주로부터 공식적인 통지를 받지 않았다면, 새 주인의 월세 요구에 법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증금 지키려면…'이것' 안 하면 부당이득 책임
그렇다면 임차인은 보증금 5천만 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조언했다.
우선 김영호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고,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 종료 후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적 권리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제도다.
동시에 반드시 주의할 점도 있다. 김동훈 변호사는 "의뢰인이 유의해야 할 쟁점은 보증금 환을 이유로 월세 지급을 중단했더라도 건물을 계속 사용 및 수익한다면 부당이득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경고했다. 월세를 안 내고 계속 장사를 하면 그 이득만큼 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용증명으로 명확한 해지 의사를 통보하고 법적 절차를 체계적으로 밟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