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 계약 당일 취소, '주문제작' 덫에 걸렸나?
결혼반지 계약 당일 취소, '주문제작' 덫에 걸렸나?
업체 '환불 불가' 통보…방문판매법 적용이 관건

결혼박람회에서 예물 반지를 계약한 예비부부가 6시간 만에 취소를 요청했으나 업체는 '주문제작'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했다. /AI 생성 이미지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을 위한 예물 반지. 부푼 마음으로 계약했지만, 단 6시간 만에 취소를 요청한 예비부부에게 업체는 '주문제작이라 환불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을 내놨다.
계약금 130만 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방문판매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계약금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6시간 만에 취소했는데…'주문제작'이라 환불 불가?"
작년 말 강남의 한 다이렉트 결혼박람회를 찾은 A씨는 예물업체와 상담 끝에 웨딩반지를 계약하고 계약금 130만 원을 납입했다. 하지만 박람회장을 나온 지 6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음을 바꿔 담당자에게 계약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환불 불가'였다. 업체 측은 "정식 계약이고, 주문제작 상품이라 박람회 계약이라도 방문판매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3일 내 환불 요청 시 30% 위약금' 조항조차 무시된 채, 환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진열된 상품 중 디자인을 고르고 치수와 다이아 종류만 선택했을 뿐"이라며 "실물 제작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전산 등록만으로 제작이 시작된 것과 같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업체 측은 통화에서 "디자인이나 치수 변경은 가능하지만 취소는 안 된다"고 말해,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람회 계약, '방문판매법' 적용될까…법적 쟁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웨딩박람회에서의 계약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다.
방문여부판매법 제8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아무런 위약금 없이 청약 철회(계약 취소)가 가능하다. 박람회장은 업체의 고정 사업장이 아닌 '사업장 외의 장소'에 해당하므로 방문판매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경태 변호사는 "박람회에서 이루어진 계약은 일반적으로 방문판매에 해당하며, 주문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약철회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이미 진열된 제품 중 일부 사양만 변경한 것은 법적으로 완전한 '주문제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방문판매법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계약서상의 '환불 불가'나 '위약금 30%' 조항 역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명백한 청약철회권…내용증명부터 보내라"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계약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계약 당일 취소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한 근거"라며 A씨의 권리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우선, 청약 철회 의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내용증명' 우편을 업체에 발송해야 한다. 이는 추후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된다.
업체가 계속 환불을 거부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소보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업체가 "소보원에 신청해도 상관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약한 업체의 압박용 발언에 불과하다.
이희범 변호사는 "업체가 거부하는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내용증명과 소비자원 단계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