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파산으로 경매 넘어간 다가구주택, 내 전세금 지킬 방법은?
집주인 파산으로 경매 넘어간 다가구주택, 내 전세금 지킬 방법은?
전문가는 배당요구 신청,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확인 등 신속한 법적 조치 강조.

제주 서귀포에 사는 한 다가구주택 세입자가 집주인 파산으로 6800만 원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집주인은 파산, 집은 경매…벼랑 끝 몰린 세입자, 6800만원 지킬 방법은?
제주 서귀포의 한 다가구주택 세입자가 6800만 원 전세보증금을 통째로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한 세입자는 과연 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까.
등기부 떼보니 '5억 빚더미'…내 순위는 4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제주 서귀포시 다가구주택에 보증금 6800만 원을 내고 살던 평범한 세입자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소식은 집주인의 파산과 집의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세입자의 눈앞은 캄캄해졌다.
해당 주택에는 이미 은행 대출 담보인 5억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보다 먼저 전입신고를 한 '선순위' 세입자가 3명이나 더 있었고, 이들의 보증금 총액은 약 2억 4000만 원에 달했다. 세입자 본인의 권리 순위는 4순위. 은행과 선순위 세입자들의 빚만 합쳐도 7억 4000만 원이 넘는 돈이 자신보다 앞서 변제받을 권리를 갖고 있었다.
소송보다 급한 '이것'…변호사들 "배당요구 놓치면 0원"
혼란에 빠진 세입자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여러 변호사의 답변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바로 법원에 '배당요구'를 신청하는 것이다.
배당요구란 경매 절차에서 "나도 이 집에서 돈 받을 권리가 있으니, 집이 팔리면 내 몫을 달라"고 법원에 공식적으로 권리를 신고하는 행위다. 홍현필 변호사는 "배당요구 종기일(마감일) 이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신속한 조치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전입신고와 실거주를 유지해 '대항력(새 집주인에게도 계약을 주장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7억 빚잔치 후 내 차례…전액 회수는 '가시밭길', 희망은 없나?
세입자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돈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경매에서 집이 팔린 낙찰대금이 선순위 채권액인 7억 4000만 원을 넘어야만 4순위인 세입자에게 차례가 돌아온다. 만약 집이 그 이하 가격에 팔린다면 세입자는 경매 절차에서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다만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 제도다. 이는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영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다른 빚보다 앞서 법이 정한 최소 금액을 가장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진훈 변호사에 따르면 서귀포시의 경우 최우선변제 금액이 1500만 원일 수 있으나, 이는 계약 시점의 법령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파산한 집주인 상대 소송, 실익 있나?…'별제권'을 아시나요
그렇다면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쉽지 않다. 집주인이 파산이나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모든 빚은 법원의 관리하에 놓여, 특정 채권자가 개인적으로 소송을 걸어 자기 돈만 먼저 받아 가는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제권(別除權)'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이는 집주인의 파산과 무관하게, 경매에 넘어간 '해당 주택'에 한해서는 내 보증금을 먼저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의미한다. 즉, 파산 절차와 별개로 진행되는 경매에서 배당요구를 통해 자기 몫을 주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경매에서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했다면,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파산 절차의 일반 채권자로 참여해 일부를 배당받거나,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을 시도해야 한다.
벼랑 끝 세입자, 보증금 지키기 위한 행동 수칙 3가지
1. 배당요구 종기일 사수: 법원이 정한 마감일 안에 '내 몫을 달라'고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경매 절차에서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2. 대항력 유지: 전입신고와 실거주 상태를 유지해 '새 집주인에게도 계약을 주장할 힘'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섣불리 이사하면 남은 권리마저 위태로워진다.
3. 최우선변제 대상 확인: 내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순위와 무관하게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먼저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