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20만원 절도 혐의에 마트가 요구한 합의금은 2천만원?
치매 어머니 20만원 절도 혐의에 마트가 요구한 합의금은 2천만원?
변호사 “고의성 없는 절도는 범죄 아냐, 과도한 합의금 응할 필요 없어”

JTBC '사건반장' 방송 장면. /JTBC News 유튜브 캡처
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으신 어머니. 치매로 희미해져 가는 기억만큼 아들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아들의 가슴을 무너뜨렸다.
"어머님께서 절도죄로 체포되셨습니다." 마트에서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온 20만 원 어치의 식료품. 하지만 마트 측이 아들에게 요구한 합의금은 그 100배에 달하는 2,000만 원이었다. 노모의 실수를 빌미로 한 ‘합의금 장사’ 논란을 법의 눈으로 들여다봤다.
기억 잃은 어머니의 실수, 돌아온 건 100배의 합의금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50대 남성인 제보자의 어머니는 1~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어머니가 혼자 마트에 갔다가 식료품 몇 가지를 계산하지 않고 들고나와 경찰에 붙잡혔다. 아들이 확인한 실제 피해 금액은 약 20만 원 정도였다.
아들은 곧장 마트를 찾아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그렇다. 모두 변상하겠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다음 날엔 어머니 역시 직접 마트를 찾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며칠 뒤 마트 측의 연락은 아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마트 측은 피해 금액이 100만 원이라며, 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요구했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합의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들은 도의적 책임감에 300만 원 정도의 합의금을 생각했지만, 100배에 달하는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쟁점 1: ‘절도죄’, 성립할까?
변호사들은 마트 측의 요구가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도를 넘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가장 핵심적인 법리는 절도죄의 성립 요건이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물건을 훔치려는 ‘고의’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
‘사건반장’에 출연한 박상희 변호사는 “치매가 확실하다면 고의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치매라는 질병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범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형사상 절도죄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쟁점 2: 터무니없는 합의금, 꼭 줘야 하나?
설령 합의를 하더라도, 2,000만 원이라는 금액은 명백히 과도하다.
손수호 변호사는 “합의가 적정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만약 마트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결렬될 경우, 그 과정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면 피의자에게 유리한 참작 사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마트 측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