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소송 끝났는데…판결문 보낸 '사적 보복'의 덫
상간소송 끝났는데…판결문 보낸 '사적 보복'의 덫
"명예훼손 된다" vs "공연성 없어 죄 안돼" 엇갈린 법조계

상간 소송 패소 후, 상대방이 판결문을 친정 부모에게 보내 사적 보복을 하자 법적 공방이 재점화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상간 소송에서 패소하고 판결금까지 모두 지급했지만, 상대방이 판결문 사본을 친정 부모님 댁으로 보내면서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소송은 끝났지만 '사적 보복'의 굴레에 갇힌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의견과, 소수의 가족에게만 알려 '공연성'이 없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과거 무혐의 사건을 근거로 한 '무고죄 역공'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법적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끝난 줄 알았던 소송, 부모님께 날아든 '판결문'
상대방 남편과의 외도로 상간 소송에서 패소한 A씨는 판결금을 모두 지급하며 사건이 마무리되길 바랐다. 하지만 상대방은 판결문 사본을 A씨의 친정 부모님 댁으로 우편 발송했다.
A씨는 “부모님께서 읽으시고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계속 주변인과 저를 괴롭히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상대방의 이러한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소송중에 저를 본인 남편에 대한 협박 및 강요미수죄로 경찰에 고소하였으나, 그 남편과 제가 경찰서에서 대질신문을 하자 수사관님들이 그 남편의 거짓말과 말뒤집기에 '저런 진상은 처음 본다'며 무혐의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엇갈린 시선…'명예훼손' vs '공연성 부족'
법조계에서는 판결문 유포 행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오정석 변호사는 “판결문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제3자인 친정부모에게 의도적으로 발송하여 귀하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으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라며 “대법원 판례상 친가족이라 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됩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명예훼손죄는 공연성이 핵심인데, 친정 부모님 2인에게만 전달된 경우 공연성 인정이 안 됩니다.”라고 반박했다.
소수의 가족에게만 알린 경우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큼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소송으로 안 주소, 보복에 쓰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주소 유출 경위는 또 다른 법적 쟁점이다. 변호사들은 소송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주소를 확보했더라도, 이를 사적 보복에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소송 중 알게 된 친정 주소 등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한 부분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결합이 가능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오정석 변호사 역시 “소송 목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사적 보복 목적으로 무단 이용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며, 소송 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한 행위 자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거 '무혐의' 이력, 날카로운 '무고죄' 역공 카드
특히 전문가들은 과거 상대방이 A씨를 고소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례가 중요한 '역공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입증이 까다로운 무고죄지만, A씨의 경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오정석 변호사는 “대질조사 과정에서 상대방 진술의 거짓말과 번복이 수사기관에 의해 명백히 확인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고소의 허위성과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됩니다”라며 무고죄 고소를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 역시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허위의 사실을 들어 고소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오로지 지인분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를 하였어야 합니다”라며, 고의성 입증을 위해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다툼이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보복 행위에 맞서기 위한 치열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