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받았지만 계약은 안 했는데…"중개 수수료 달라" 내용증명 보낸 부동산
상담은 받았지만 계약은 안 했는데…"중개 수수료 달라" 내용증명 보낸 부동산
'상권분석' 받고 매물 소개받았지만, 계약은 다른 부동산과 체결
"중개 수수료 지급 요구"하며 부동산이 보낸 내용증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변호사 "계약 체결까지의 중개사 기여도에 따라 판단⋯내용증명엔 신중하게 답변해야"

중개 수수료는 계약을 맺은 부동산에 지급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계약도 안 한 곳에서 수수료를 달라고 하는데 이를 진짜 줘야 하는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만나는 사람마다 부동산 투자 얘기였다.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A씨도 투자에 나섰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지역의 한 부동산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중개사인 B씨를 만났고, 이른바 '상권 분석'을 두 차례 들었다. 상가 한 채를 소개받기도 했다.
상가의 상태나 위치가 나쁘지 않았지만, 계약 조건이 고민이었다. "생각해보겠다"며 B씨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부동산에서 어떻게 알고 A씨가 생각한 조건을 맞춰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해당 부동산과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B씨로부터 "계약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다 제공했는데, 다른 곳과 계약한 것은 부당하다며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내용증명을 받은 A씨는 당황스럽다. 중개 수수료는 계약을 맺은 부동산에 지급하면 되는 거 아닌가? 계약도 안 한 곳에도 돈을 줘야 하는지 궁금하다.
원칙적으로 중개사는 계약이 완료됐을 때만 중개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
JKL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하여 중개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상당 부분 중개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도 "계약을 진행하지 않은 부동산과 구두라도 계약이 이루어졌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성법률사무소의 전홍관 변호사 역시 "어느 정도의 중개행위가 있었느냐 여부에 따라 중개 수수료 지급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 부산지법에서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계약 체결까지는 이르지 못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중개 수수료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당시 재판부는 중개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이뤄진 중개행위 정도에 상응하는 중개 수수료를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본 것이다.(2005나10743)
재판부는 이 같은 판결의 근거로 민법 제686조 제3항을 들었다.
"수임인(공인중개사)이 위임사무(중개업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하여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제61조도 그 판단의 근거가 됐다.
"상인(공인중개사)이 그 영업범위내에서 타인(이 사안의 경우 A씨)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중개업자가 본인의 맡은 바 역할을 다했고, 계약에 이르지 못한 것이 중개업자의 책임이 아니라면 본인 역할을 다한 것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혜화의 박호동 변호사는 위 경우를 바탕으로 "예외적으로 중개 수수료 청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면서도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만약, A씨가 중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되면 내용증명은 무시해도 될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내용증명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추후 소송에 대비해 B씨가 보낸 내용증명에 답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용증명 자체에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소송이 진행되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로는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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