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이전 세입자 자살 사실 은폐…민사 소송 가능할까?
집주인이 이전 세입자 자살 사실 은폐…민사 소송 가능할까?
‘심리적 하자’ 명백…민사적으로 충분히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 가능

'전 세입자가 자살한 집'이라는 말을 듣고 무서워서 더는 이 집에서 살 수 없게 된 A씨. 이를 이유로 전세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셔터스톡
A씨가 전세 계약한 집에서 6개월가량 살았을 때, 전 세입자였던 젊은 여성이 그 집에서 자살한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이 한 말을 들었고, 이를 입주 전 인테리어를 해준 업체 사장과의 통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이후로는 무서워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고시원에서 생활한 지 꽤 됐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전세금을 빼달라고 하니, 자기는 “몰랐다”며 미온적이다.
그래서 A씨가 집주인을 사기로 고소해 봤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민사 소송을 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 김기윤 변호사는 “이 경우 A씨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대한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심리적 하자가 명백하고, A씨가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심리적 하자’란 거래 주체가 목적물에 관한 정보에 의해 부정적 심리적 반응을 할 경우, 이를 물건 자체의 하자로 보는 개념이다.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지되면 전세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며, 추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비록 경찰 단계에서 형사상 사기죄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충분히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임대인 측이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인테리어 업자가 알고 있었던 만큼 임대인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령 정말 몰랐다 하더라도, 임대인의 고의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전 세입자의 자살 사실은 주택의 심각한 하자로 인정되므로, 충분히 임대차 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민사 분쟁의 법리상 전 세입자가 자살한 것이 계약을 파기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A씨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일정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계약을 파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는 “인테리어 업자의 녹취록과 이웃 주민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민사 소송을 통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증거들을 통해 임대인의 고의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