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제보의 함정… 법원 “운전자는 차선 안 바꿨다” 무죄 선고
블랙박스 제보의 함정… 법원 “운전자는 차선 안 바꿨다” 무죄 선고
억울할 뻔한 '방향지시등 미점등' 혐의
자기 차량 블랙박스가 벌금 위기 막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지방법원 형사재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방향지시등 미점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한 신고자의 블랙박스 영상 제보에서 시작됐다.
A 씨는 2025년 5월 1일 오후 6시 41분경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도로에서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38조 제1항은 운전자가 진로를 변경하려 할 경우 방향지시기 등으로 신호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사 측은 신고자의 제보를 근거로 작성된 경찰관의 단속경위서를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단속경위서에는 "신고자가 제보한 블랙박스 영상에서 피고인의 차량이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진입 시 방향지시등을 미점등 한 사실을 확인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신고자 블랙박스 영상 캡처사진 3장이 첨부됐다.
피고인의 반격: "차선 변경 없었다, 줄곧 2차로 직진"
그러나 A 씨는 이 사건 당시 차선을 변경하지 않고 직진하고 있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 씨는 자신의 차량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법원에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다.
법원이 A 씨가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본 결과, A 씨 운전의 차량은 문제의 신고자 블랙박스 영상이 촬영된 지점과 그 이전부터 차선 변경 없이 줄곧 2차로로 주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A 씨 차량의 전방 및 후방 영상에는, 당시 A 씨 차량이 2차로에서 직진하고 있는 상태에서 신고자의 차량이 우측 도로에서 우회전하여 2차로로 진입하려다가 A 씨 차량 때문에 진입하지 못한 정황이 포착됐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신고자가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 촬영 각도 등으로 인해 A 씨 차량이 차선을 변경했던 것으로 오해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쟁점의 핵심: 방향지시등 미점등 이전에 '차선 변경' 행위가 있었는가?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방향지시등 미점등 여부가 아니라, 그에 앞서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위반의 전제가 되는 '차선 변경' 행위 자체를 실제로 하였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의 한계를 지적했다.
우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신고자의 블랙박스 영상 캡처사진 3장만으로는 A 씨 차량이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진로 변경을 하였다는 점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신고자의 블랙박스 영상 원본 자체가 별도로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결국, 검사 측의 주장은 A 씨가 차선을 변경했음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형사소송법상 범죄사실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대구지법의 최종 판단: "범죄의 증명이 없다" 무죄 선고
대구지방법원 김미경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법원은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블랙박스 영상이나 제보에 의존한 단속의 경우에도, 실제 운전 행위 자체가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반대 증거가 있다면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