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삿돈 8억 빼낸 전 대표, 알고 보니 ‘회사를 살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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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삿돈 8억 빼낸 전 대표, 알고 보니 ‘회사를 살린 사람’이었다

2025. 07. 20 13:04 작성2025. 07. 20 13:04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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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월세 내고 인건비까지 부담

법원 ‘횡령 아닌 채권 회수’ 판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회사 자금 수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전 대표이사에게 "정당한 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전 대표의 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그를 '최대 채권자'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A사는 전 대표이사 B씨가 회사 돈을 빼돌렸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씨가 대표 재직 시절 회사 계좌와 고객 보증금 등 약 8억을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며 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이종민 판사는 B씨의 자금 인출이 불법적인 횡령이 아닌, 자신이 회사에 빌려준 돈을 회수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월세도 못 내던 회사…'내 돈'으로 살렸더니 돌아온 횡령 소송

법정에서 펼쳐진 진실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B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A사는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당장 내야 할 월세 1,800만 원은 물론, 관리비와 인테리어 공사 대금까지 밀려 사업장 문을 열기조차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내용증명이 빗발쳤고, 단전·단수 조치까지 예고됐다.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해 B씨는 자신의 주머니를 열기 시작했다. B씨는 사재를 털어 밀린 임대료 1억 7,600만 원을 대신 내고, 미납된 공사대금 5,000만 원과 각종 비품 구매 비용, 직원 인건비 등 총 5억이 넘는 돈을 회사를 위해 지출했다.


심지어 회사 계좌가 압류될 위기에 처하자, 운영자금 2억 8,700만 원을 자신의 계좌에서 회사 계좌로 직접 이체하며 '긴급 수혈'에 나섰다. B씨가 이렇게 회사에 쏟아부은 돈은 미지급 급여까지 합쳐 총 8억 2,261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난 B씨에게 돌아온 것은 '횡령범'이라는 낙인이었다. 회사는 B씨가 개인 계좌로 옮긴 돈 7억 8,600만 원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내가 빌려준 돈을 정당하게 회수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지만, 회사는 막무가내였다.


대표의 '셀프 대출', 이해충돌 없는 '긴급 수혈'이었다

A사는 B씨의 대여 행위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표이사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 역시 상법상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사와 회사 간 거래에 승인을 요구하는 취지는 이사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전제했다. 회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 돈을 빌려준 대표이상의 행위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 그 반대라는 설명이었다.


이어 "B씨가 담보나 이자 약정 없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은 성질상 회사와 이사의 이해가 충돌해 회사에 불이익을 줄 염려가 없는 경우"라며 이사회 승인이 필요 없는 유효한 거래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법원은 B씨의 행위를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봤다. 재정 상황이 최악이었던 회사에 운영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명백했고, B씨의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회사는 존립 자체가 불투명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이미 B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수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법원, "7억 8천만원 인출은 8억 2천만원 채권 회수 과정"

결론적으로 법원은 B씨를 횡령범이 아닌, 8억 2,261만 원의 채권을 가진 '정당한 채권자'로 인정했다. B씨가 회사에서 가져간 돈은 자신이 받을 돈보다도 적었다. 따라서 B씨의 자금 인출은 불법영득의사가 있는 횡령이 아니라,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행위로서 완벽히 정당하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전 대표는 법정 다툼 끝에야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참고]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가단101926 판결문 (2024. 11. 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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