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장례식도 한 달 전에 연차 내라?⋯이 황당한 사내 지침, 무효일 수 있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한 달 전에 연차 내라?⋯이 황당한 사내 지침, 무효일 수 있다
돌잔치·결혼식 이어 장례식까지 '한 달 전 연차 신청' 강요한 회사
대법원 판례 "실질적인 휴가권 박탈은 무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장례식 연차도 한 달 전에 미리 내라는 황당한 회사 지침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친구의 회사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내린 연차휴가 지침 때문이었다. 돌잔치나 결혼식은 물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연차마저 한 달 전에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장례식까지 한 달 전에 미리 알고 연차를 내라는 황당한 지시. 커뮤니티에 이 사연이 알려지며 "이거 너무 부당한 것 아니냐"는 공분이 일고 있다.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 시기지정권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80% 이상 출근 등 법정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발생하는 권리다. 근로자는 자신이 원하는 휴가 시기를 특정하는 시기지정권을 행사해 이를 실현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 시기변경권을 가질 뿐이다.
'한 달 전 신청' 지침, 무조건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회사의 '한 달 전 사전 신청' 지침은 무조건 위법일까. 원칙적으로는 허용된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사전 신청 및 승인 절차를 규정하더라도, 이것이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을 적절히 행사하기 위한 절차적 규정이라면 유효하다고 본다.
최근 대법원 역시 시내버스 운송사업에서 '휴가 사용 3일 전 신청' 규정을 둔 것이 근로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예측 불가능한 장례식, 일률적 적용은 '권리 박탈'
문제는 장례식처럼 사전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사안에 이 지침을 예외 없이 적용할 때 발생한다.
돌잔치나 결혼식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 합리적인 기간 내 사전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죽음을 한 달 전에 예측해 연차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장례식 등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한 달 전 신청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가 해당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실질적 가능성을 박탈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근로자가 사전 신청 기한을 준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고 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 지침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무효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휴가 거부하는 사장님, 형사 처벌 대상
만약 회사가 이 황당한 지침을 근거로 근로자의 연차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시기지정권 행사를 사전에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경우, 근로자가 구체적인 시기지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다.
결국, 한 달 전 지침을 기계적으로 들이밀며 휴가를 거부하는 회사는 무효인 지침을 강요한 대가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