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앞두고 바람피운 연인, '파혼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상견례 앞두고 바람피운 연인, '파혼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
법조계 "상견례 등 구체적 증거 있다면 '약혼' 인정, 정신적·재산상 손해배상 가능"…'입증 책임·배상액'은 현실적 한계

연인의 외도로 인한 일방적 파혼은 약혼의 부당 파기로 인정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상견례를 앞두고 연인이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면, 2년간의 시간과 마음의 상처를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 날짜까지 잡았던 연인이 다른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면 법적 구제가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 연인 관계가 아닌 '약혼'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있다면,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상견례 잡았다면 '약혼'…일방적 파기는 '불법행위'
전문가들은 법적 대응의 첫 단추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연인 사이를 넘어 '약혼'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혼은 장래에 혼인하기로 하는 당사자 간의 약속을 의미한다. 거창한 약혼식이나 약혼반지가 없더라도, 사회 통념상 결혼을 약속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실이 있다면 약혼은 성립한다.
이상준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는 "양가 부모가 선물을 교환하고, 상견례 일정도 잡았다면, 약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자친구가 자신이 잘못했음에도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한 행위는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양가 부모님 간 선물 교환, 상견례 일정 확정 등을 근거로 "실질적인 약혼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된다.
정신적 고통부터 예식장 계약금까지…손해배상 범위는?
약혼이 부당하게 파기됐음이 인정되면, 파혼으로 인해 발생한 유무형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손해는 크게 정신적 손해와 재산상 손해로 나뉜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바로 '위자료'다. 연인의 배신과 일방적 파혼 통보로 받은 충격,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로받는 것이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파혼 위자료에 대해 "통상 500만원~1,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정신적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경우 증액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산상 손해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지출된 비용을 의미한다. 이상준 변호사는 "결혼식장 비용, 예복 비용, 예물 비용 등 약혼 부당파기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도 배상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관련 영수증이나 계약서 등을 꼼꼼히 챙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의 벽, '입증 책임'과 '바람 상대'에 대한 책임 묻기
하지만 법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벽은 '입증 책임'이다. 약혼 관계의 성립, 상대방의 귀책 사유로 인한 부당 파기,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 모두를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그러한 사정을 원고 측에서 입증해야 하므로 증거자료들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견례 일정 조율 문자, 양가 부모님이 주고받은 선물 사진, 결혼 준비 관련 지출 내역, 상대의 부정행위를 알 수 있는 통화 기록이나 메시지, 정신적 고통을 입증할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한편, 파혼의 원인을 제공한 '제3자', 즉 바람 상대에게 책임을 묻기는 더욱 어렵다. 최한겨레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는 "상대방 여성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법원은 제3자가 두 사람의 약혼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파탄에 이르게 하려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사처벌은 불가…'소송 실익' 냉정히 따져봐야
과거에는 혼인을 빙자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처벌하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지만, 2013년 폐지되어 현재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파혼 문제는 오롯이 민사 소송의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소송을 결심하기 전 '실익'을 냉정하게 따져볼 것을 권고한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생각하는 만큼 높은 금액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며,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감정적 소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대응에 앞서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를 시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