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5년형, 내 돈 1000만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감옥 간 사기범에게서 받는 법
"가해자 5년형, 내 돈 1000만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감옥 간 사기범에게서 받는 법
형사처벌과 별개인 민사소송, '언제' 시작해야 할까? 변호사 14인의 한목소리 "지금 당장"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수감돼도 피해금 회수를 위해 즉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감옥 갔으니 끝?" 천만에...보이스피싱 피해금, '3년의 시간' 안에 되찾는 법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철창 안에 갇혔다. 하지만 피해자 A씨의 잃어버린 1000만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 신청마저 각하되자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해자가 감옥에 있는데, 민사소송을 지금 해야 할까, 아니면 출소 후에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를 냈다.
"출소까지 기다려야 하나?"…답은 '아니오'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소송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가해자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실은 소송 진행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망설이다간 돈을 돌려받을 권리 자체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대청의 김희원 변호사는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으니, 비록 바로 집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민사 판결을 받아놓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돈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A씨처럼 가해자와 피해 사실을 명확히 안 날로부터 3년이 바로 '골든타임'인 셈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한술 더 떠 "상대방이 감옥에 있는 만큼 민사소송이 오히려 더 수월하다"고 단언했다. 피고가 사회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여지가 원천 차단되기 때문이다.
'골든타임' 놓치면 권리도 소멸…지금 소송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들이 '즉시 소송'을 외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소멸시효'다. 김경태 변호사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둘째,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형사 판결문은 민사소송에서 '스모킹 건'과 같은 강력한 증거가 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상태이므로 범죄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어 민사소송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 증거가 흩어질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셋째, 가해자의 재산 은닉을 막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명중 윤형진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승소 판결 이후 상대방이 임의로 판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바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출소 후 재산을 빼돌릴 틈을 주지 않기 위한 선제 조치다.
'승소'하면 끝?…10년짜리 추격전의 시작
민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는 단계다. 진짜 추격전은 이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김일권 변호사는 "민사판결문을 받으면, 10년 동안 가해자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며 "가해자가 출소 후에 버는 돈에 대해서도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의 효력은 10년이며, 시효가 만료되기 전 다시 소송을 걸어 10년씩 연장할 수 있다. 끈질기게 추적하면 언젠가 받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법무법인 건영 김수민 변호사의 지적처럼 "상대방이 무자력(재산이 없는 상태)일 경우 판결이 크게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신청을 통해 가해자를 채무불이행자로 만들 수 있다"며 이는 금융거래를 막는 등 가해자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보이스피싱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감옥에 갔다고 해서 피해자의 싸움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 회복을 위한 싸움은 바로 지금, 민사소송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