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줬는데 4억 빚더미…법이 제시한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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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만 빌려줬는데 4억 빚더미…법이 제시한 두 갈래 길

2026. 03. 20 11:5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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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있으면 '회생', 없으면 '파산'…전문가들, 경매 막으려면 '즉시 대응' 한목소리

시댁에 명의를 빌려줬다가 4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며느리가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중간에서 가로챈 전세금 4억 원의 반환 책임이 고스란히 명의를 빌려준 며느리에게 돌아왔다. 집은 경매 위기에 처했고 대출 만기는 시시각각 다가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벼랑 끝에 선 그녀에게 '소득' 유무에 따라 개인회생과 파산이라는 두 갈래 길이 있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지금 당장' 법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의 기본 원칙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해법을 모색한다.


"돈 한 푼 못 만졌는데"…시댁이 떠넘긴 4억 빚


자신의 이름으로 된 주택이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부동산 일을 하는 시어머니가 도맡아 왔다. A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판결문을 받았다.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 전세금 4억 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라는 내용이었다.


정작 A씨는 전세금을 구경조차 못 했다. 그녀는 "실제 전세금은 제가 받은 것이 없습니다. 돈 5천만 원을 통장으로 받고 그 돈도 시누이 통장으로 갔습니다. 4억 원의 돈도 시누이 시엄마 통장으로 나눠 들어갔다고 알고 있습니다"라고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 만기(2026년 4월 19일)도 다가오지만, 은행은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세입자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가압류까지 걸어두며 A씨의 목을 조여 오고 있다. A씨는 거액의 빚더미 위에서 개인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 섰다.


월급 있으면 '회생', 없으면 '파산'…법률상 차이는?


전문가들이 A씨의 운명을 가를 기준으로 한목소리로 꼽은 것은 '소득'이다. 법적으로도 두 제도는 명확히 구분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회생은 '장래에 계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가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를 면제받는 '회생형' 절차다. 반면 개인파산은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자'가 법원의 선고를 통해 빚을 정리하는 '청산형' 절차다.


법무법인 선린의 류종민 변호사는 "지속적 수입이 있으면 개인회생, 소득이 없거나 변제 자체가 불가능하면 개인파산을 우선 검토하는 사안"이라고 요약했다.


홍현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회생은 정기적인 소득이 있으면서 채무가 자산보다 많을 때 신청하며, 2026년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인 153만 8,543원 이상의 월 소득이 있어야 신청 가능합니다"라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소득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없다면 파산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주택을 유지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회생이 낫고, 유지가 어렵고 채무가 과중하면 파산 쪽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해, 주택 보유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시사했다.


시간이 생명…'즉시 신청'으로 경매를 막아라


모든 전문가는 '시간이 없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대출 만기가 지나 연체가 시작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대응은 즉시 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출 만기 전후로 연체가 발생하면 압류·경매로 바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경고하며, "특히 이미 가압류까지 들어간 상태라면 시간을 끌수록 불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방법은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개인회생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집행·경매 중지명령을 통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이나 파산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중지·금지명령'을 함께 받아내면, 채권자들이 벌이는 압류나 경매 절차를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신청 시점에 대해 "강제집행·대출기한이 본격화되기 전, 상환곤란이 객관화되는 즉시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억울함 풀려면 '돈의 흐름'부터 입증해야


A씨가 억울함을 풀고 법적 절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돈의 흐름'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법적으로 A씨는 집주인이자 임대인으로서 전세금 반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회생·파산 절차에서 법원은 돈의 실제 사용처를 엄격히 심사한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명의대여 채무는 법원이 자금 사용처를 엄격히 심사하므로, 전세금이 시어머니 등에게 넘어간 객관적인 금융 자료를 철저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종민 변호사도 통장 거래 내역 등 서류를 기준으로 "'형식상 책임'과 '실질 부담'을 구분해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이 A씨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변제금이 부당하게 늘어나거나 면책이 불허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만약 A씨가 빚을 대신 갚게 되더라도, 실제 돈을 가져간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상대로 '구상권(대신 갚은 돈을 청구할 권리)'을 행사해 돈을 돌려받을 길은 열려 있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소송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의 위기를 넘긴 뒤에나 가능한 최후의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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