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얘기인데 확인 좀"…이 말 믿고 동료 뒷담화 옮겼다간 '명예훼손' 될까?
"들은 얘기인데 확인 좀"…이 말 믿고 동료 뒷담화 옮겼다간 '명예훼손' 될까?
금액 부풀려 '사기꾼'처럼 묘사
'사실확인' 주장하면 처벌 피할 수 있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 A씨에 대한 나쁜 소문을 전해 들은 B씨. 얼마 전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 3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중 2명은 'A씨에 대해 제보가 들어왔다' '피해자들이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B씨에게 쏟아냈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은 실제보다 액수가 크게 부풀려져, 마치 A씨가 '다단계 사기꾼'처럼 인식될 정도의 내용이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A씨는 이 소문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B씨는 당시 통화를 녹음해뒀다. A씨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허위 사실을 옮긴 동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다. '들은 얘기를 확인차 물었을 뿐'이라는 이들을 처벌하는 게 가능할까?
'제보 확인'이라며 시작된 통화…실제와 다른 금전 문제로 낙인
B씨는 최근 과거 직장 동료 3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제보가 된 것", "피해를 입고 있는 분들이 있다", "우리도 지금 파악 중"이라는 말을 꺼내며 지인 A씨에 대한 소문을 B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B씨가 알고 있던 사실과 비교했을 때 소문의 내용은 상당 부분 달랐다. 특히 금전 관련 내용은 실제 액수와 차이가 매우 커, 자칫 A씨를 큰 금전 문제를 일으킨 사기꾼으로 오해하게 할 만한 수준이었다.
B씨는 해당 통화를 녹음했고,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렸다. A씨는 사회적 평판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남에게 들은 말 전달했을 뿐"…중간 유포자도 처벌 대상
최초 유포자가 아니더라도 허위 사실을 전달한 사람 역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전달받은 내용을 다시 제3자에게 말한 사람도 별개의 명예훼손 행위자가 될 수 있다"며 "'제보받은 내용'이라고 전제하거나 다른 사람이 말했다고 전달하는 형식이라도 전체 취지상 구체적 사실을 전달했다면 사실적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처럼 1대1 통화로 이뤄진 경우엔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 된다. 법원은 단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공연성' 판단 시, 비록 1명에게 말했더라도 그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만약 대화 내용이 단체 카카오톡방 등으로 추가 전파됐다면 공연성 입증은 더욱 쉬워진다. 이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적용돼 7년 이하의 징역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공익 위한 사실 확인이었다" 주장, 법원에서 통할까
업체 관계자들이 '공익을 위한 사실 확인 과정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러한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봤다.
법적으로 명예훼손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받아 처벌을 피하려면, 적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어야 한다. 허위사실을 퍼뜨린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공익목적의 위법성조각사유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만 적용되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설령 발언자가 허위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다 해도, 진위 확인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제보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고소 실익은?…'최초 유포자' 찾는 열쇠 될 수도
변호사들은 중간 전달자들을 고소하는 것이 실익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낼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태 변호사는 "관계자들을 우선 고소하면, 경찰 수사 과정을 통해 '누구로부터 그 제보를 들었는지' 상선(최초 유포자)의 신원을 역추적해 밝혀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모든 관련자를 한꺼번에 고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무리하게 일괄 고소하기보다 증거가 강한 상대부터 선별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현재 확보한 녹취록과 소문이 허위임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 단체 카톡방 등 추가 전파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