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 산다고 내쫓나요?" 할머니 유산 빼앗길 위기
"마을 안 산다고 내쫓나요?" 할머니 유산 빼앗길 위기
수익금 반토막→자격 박탈 통보…법조계 "명백한 위법, 소송 가능"

마을 법인이 비거주 상속 회원에게 수익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자격 박탈까지 통보했다. / AI 생성 이미지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마을 법인 회원 자격을 상속받았지만, 마을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익금이 절반으로 줄더니 이제는 회원 자격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법인 측은 '정관이 바뀌었으니 따르라'는 입장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기존 회원의 권리를 소급해 빼앗는 부당한 조치라며 소송을 통해 충분히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금 반토막, 이젠 자격까지…'비거주' 족쇄 채운 마을 법인
A씨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뒤를 이어 한 마을 법인의 회원 지위를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승계했다. 부동산 개발 및 임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인은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58명의 회원에게 매달 50만 원씩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2023년, 법인은 돌연 "승계받은 회원이 마을에 거주하지 않으면 수익금의 50%만 지급한다"는 조항을 정관에 신설했고, A씨 어머니의 수익금은 25만 원으로 줄었다. 2년간 이를 감내했지만, 최근 법인은 "회원 사후 승계인이 마을에 거주하지 않으면 통보 1년 후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까지 만들며 자격 박탈을 통보했다.
A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것 같아서요"라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다수결이면 다 되나?"…절차와 내용의 '이중 하자'
법률 전문가들은 마을 법인의 조치가 절차와 내용 양쪽에서 모두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진열 변호사는 "정관 개정은 단순히 '우리끼리 정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엄격한 절차와 정수를 채워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민법에 따르면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회원 3분의 2 이상(58명 중 39명)의 동의와 회의 1주일 전 안건을 명시한 통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켰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는 만약 마을 법인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이라면 '주무관청의 허가'까지 받아야 정관 변경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설령 절차를 지켰다 해도 내용 자체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성권 변호사는 "기존에 적법하게 승계받은 회원 자격을, 사후에 만들어진 조항으로 박탈하는 것은 소급 적용 문제와 함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법원이 회원의 재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수준의 정관 규정을 무효로 판단한 사례와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 '기득권 침해' 엄격히 판단…소송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변호사들은 이미 취득한 권리를 나중에 만든 규정으로 빼앗는 것은 '기득권 침해'에 해당해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윤승진 변호사는 "이런 조항은 기존에 승계로 인정받은 회원 자격을 사후에 빼앗는 방식이라 소급적·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정관이 변경됐으니 무조건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단언했다.
실제 청주지방법원 판례(96가합6155) 역시 회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제명은 '불가피한 경우의 최종적 수단'으로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권고했다. 하영우 변호사는 "회원 자격 박탈 조항은 그대로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며, 절차와 내용에 따라 무효 또는 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원 지위 확인 소송'이나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이 거론된다. 신은정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격 박탈이 결의된 총회 회의록과 변경 전후의 정관 자료를 명확히 확보하여 하자를 검토하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행동입니다"라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윤승진 변호사는 "동시에 2년 동안 50% 감액으로 지급받은 수익금도 정당한 비율로 정산 청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여, 부당하게 삭감된 수익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