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앓던 근로자의 돌연사⋯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일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일까
심장병 앓던 근로자의 돌연사⋯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일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일까
평소 기존 질환 앓고 있으면 인정받기 어려운 '업무상 재해'
심장질환 앓던 근로자의 돌연사를 산재 인정해준 이유
"건강관리 잘 해왔고, 과로로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

평소 질환을 갖고 있던 직장인이 돌연사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심장질환을 앓던 직장인의 돌연사에 대한 업무상 재해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평소 질환을 갖고 있던 직장인이 돌연사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A씨의 경우 '비후성 심근증'과 '동맥경화증' 등의 심장 질환을 앓았던 그는 잠을 자다 갑자기 사망했다. 병원에서는 사망원인을 급성심장사라고 했다. '심장의 질병이 원인이 되어 갑자기 죽었다'는 진단이다.
이에 A씨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단 측은 산재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근거는 이랬다.
"A씨가 사망 당시 과중한 업무에 노출된 상태가 아니었고,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 기존 질환이 있었다."
쉽게 말해 'A씨는 원래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으니, 과로로 죽은 게 아닐 수 있다'는 말이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A씨의 사망은 그가 수행하던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법원은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기존에 질환 등이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잘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살펴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지난 8월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不)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하며 A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사망은 단순히 질환 때문이 아니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 새로 발령 난 부서의 종전 근무자들이 연이어 사직하면서 관리직과 실무직을 동시에 수행한 점 △ 하나의 부서에서 수행하기 곤란할 만큼 다양하고 과다한 업무를 수행한 점 △ 실질적인 최선임자라는 생각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그렇다고 봤다. 이를 1년 넘게 수행한 점도 고려됐다.
더불어 사망하기 이틀 전부터 업무 관련한 여러 세미나와 회식이 이어졌고, 사망 전날에는 갑자기 이사회 보고자료 제출 지시가 내려오는 등 추가적인 업무가 그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직무가 과중해짐에 따라 기존 질환인 비후성 심근증, 동맥경화 등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해 급성심장사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무 과다만 아니었다면 A씨가 평소처럼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A씨가 사망하기 전 술을 마시는 회식에 반복적으로 참석하거나, 예정에 없던 주요 업무를 부담한 것은 '돌발적인 업무 변화'로, 기존 질환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도 했다.
A씨가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3년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A씨는 고혈압 소견을 받았지만, 2015년경에는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는 등 건강관리에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장 부장판사는 A씨의 평소 건강 상태에 대해, 사망원인이 될만한 요소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