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전과, 미국 주재원의 '꿈'을 '덫'으로 만드나
대마초 전과, 미국 주재원의 '꿈'을 '덫'으로 만드나
ESTA 통과했다고 안심은 금물…'실효된 형'까지 들여다보는 美 비자 심사의 벽

과거 대마초 흡연으로 집행유예 전과가 있는 A씨. 그가 근무하는 대기업의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 받았는데, 입국에 문제 없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한 번의 실수, 발목 잡힌 '아메리칸 드림'…대마초 전과자의 눈물
대기업 직장인 A씨에게 미국 주재원 발령은 한순간에 '꿈'에서 '덫'으로 돌변할 위기에 놓였다. 과거 대마초 흡연으로 받은 집행유예 전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법률가의 문을 두드렸다.
ESTA는 프리패스? 착각이 부를 재앙
A씨는 몇 번이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 땅을 밟았던 터라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그때도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문제없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ESTA 승인을 미국 입국의 ‘만능 열쇠’처럼 여기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오해라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심(心)의 심준섭 변호사는 “ESTA를 통한 단기 방문은 가능했을 수 있으나, 주재원 비자(L-1, E-2 등) 신청 시 마약 관련 범죄경력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ESTA 승인 이력은 영사가 신청자의 모든 배경을 샅샅이 훑는 주재원 비자 발급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STA 통과는 신기루였을 뿐, 진짜 장벽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내 기록은 지워졌다?”…미국 영사관은 다 본다
A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수년이 흘렀기에 자신의 기록이 깨끗이 사라졌다고 믿었다. 한국 법(「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는 '잊힐 권리'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영사관의 '현미경 심사' 앞에선 통하지 않는 믿음이었다. 박성현 변호사는 “비자 심사 시 제출하는 '실효된 형 포함 범죄경력회보서'에는 법적 효력이 사라진 과거 기록까지 모두 담긴다”며 “미국 영사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심사하기에 '실효'라는 개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숨기고 싶었던 과거는 결국 심사관의 책상 위에 투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희망 ‘웨이버’, 그러나 고통스러운 정공법
모든 길이 막힌 듯한 절망 속에서 A씨는 '웨이버(Waiver, 비이민 비자 입국 거절 사면)'라는 마지막 동아줄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모든 과오를 회사에 고백하고, 바늘구멍 같은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이었다.
심준섭 변호사는 “웨이버 절차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미국 사회에 기여할 인재임을 입증하는 지난한 과정”이라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한때 달콤했던 '꿈'이 쓰디쓴 '덫'이 되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 A씨는 이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증명의 시간을 마주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