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속삭이더니 "고소할게"…인스타 '통매음 헌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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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속삭이더니 "고소할게"…인스타 '통매음 헌터'의 두 얼굴

2025. 10. 02 11: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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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변한 SNS 연인…법조계 "쌍방 합의면 무죄, 돈 요구하면 공갈죄"

인스타그램에서 만나 A씨에게 '사랑해'라고 속삭이던 그녀의 말이 하루 만에 '통매음으로 고소할께'로 바뀌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랑해" 속삭이던 그녀, 하루 만에 "고소할게"…SNS '통매음 헌터'의 덫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여성의 "사랑해"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20대 남성 A씨의 심장은 녹아내렸다. 설레는 영상통화는 자연스레 서로의 신체를 보여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악몽으로 변했다. 그녀에게서 날아온 메시지는 싸늘한 협박이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고소하겠습니다. 합의하시죠."




"서로 좋았잖아"...'통매음 헌터'의 주장, 법의 잣대와 달랐다


A씨가 협박받은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이른바 '통매음'이다. 이 조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쉽게 말해, ①성적인 목적을 갖고 ②상대방이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③성적 불쾌감을 주는 메시지나 영상을 보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A씨가 밤잠을 설치며 억울함을 토로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서로 좋아서 한 일인데, 이게 왜 죄가 되느냐"는 항변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경우 통매음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상대방이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백인화 변호사는 "상대방과 서로 합의 하에 쌍방의 성기를 보여준 것이므로,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먼저 영상통화로 성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통매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음란물 전송이 아닌, 상호 교감 속에서 이뤄진 행위는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달콤한 유혹의 끝, '합의금 장사'의 덫


이번 사건은 돈을 노린 '통매음 헌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매음 헌터란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유도해 성적인 대화나 사진 교환을 한 뒤, 이를 빌미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들을 말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은 통매음 헌터로 전문 공갈꾼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전을 요구한다면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약 상대방이 고소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면, 이는 오히려 협박죄나 공갈죄에 해당해 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러한 '통매음 헌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통매음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수사가 멈추지 않는 범죄라는 점, 그리고 성범죄라는 딱지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SNS는 익명성을 무기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들의 '사냥터'가 되고 있다.




'통매음 헌터'의 협박, '4단계 철벽 방어'로 맞서라


만약 A씨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음 4단계를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즉시 상대방을 차단하고 더 이상의 대화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추가적인 분쟁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둘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이 먼저 성적 대화를 유도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대화 내역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캡처해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금전 요구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합의금을 보내는 순간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고, 추가적인 금전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실제 경찰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혼자 대응하지 말고 즉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수사 초기부터 법리적 주장을 명확히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개인정보가 없더라도 IP 추적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은 하다"면서도 "사안의 경중을 볼 때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A씨는 변호사들의 조언에 따라 상대방을 차단하고 증거를 모았다. "사랑해"라는 속삭임이 '2천만 원'짜리 청구서로 돌아올 뻔한 아찔한 경험이었다. SNS 속 낯선 이의 달콤한 유혹이, 법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차가운 계산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온몸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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