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복 입었다고 아청물일까?"…아청법 판례로 본 무죄 판단 기준
[단독] "교복 입었다고 아청물일까?"…아청법 판례로 본 무죄 판단 기준
검찰 항소에도 무죄 확정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한 아동·청소년으로 보기 어려워
![[단독] "교복 입었다고 아청물일까?"…아청법 판례로 본 무죄 판단 기준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73969055973529.png?q=80&s=832x832)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휴대전화에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단순히 영상 속 인물이 교복을 입고 다소 어려 보인다는 정황만으로는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단정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소지했다는 고의성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피고인 A씨는 트위터에 접속해 음란물 판매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두 개의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아 휴대전화에 보관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영상들은 교복과 유사한 옷을 입은 여성이 남성의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수사기관은 당초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판매자 B씨를 내사하던 중, A씨가 2020년 3월 9일 B씨에게 3만 원을 송금한 은행 거래 내역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여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2018년 12월 20일과 2019년 1월 1일에 생성된 문제의 동영상 파일 두 개를 찾아내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상의 법적 성격과 수사기관의 증거 입증 능력을 모두 문제 삼았다.

교복 입은 영상 속 등장인물, 법적으로 아동·청소년에 해당할까?
재판부는 영상 속 인물이 교복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명백한 아동·청소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3도4503 판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단지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는 쉽사리 성착취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재판부는 성인들도 교복을 입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영상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나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영상 속 배경 중 일부가 청소년 출입이 잦은 '룸카페'나 가정집 침실로 보이고 신체 발육 상태가 어려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 역시 이러한 검찰의 주장만으로는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해당 영상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수사기관이 특정한 취득 경로와 시기는 신빙성이 있었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제시한 피고인의 음란물 취득 경로와 시기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판매자 B씨에게 3만 원을 송금한 시점은 2020년 3월 9일인데 반해,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동영상 파일의 실제 생성 일시는 2018년 12월 20일과 2019년 1월 1일로 확인되었다.
송금일과 파일 생성일 간에 시기적으로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동영상 파일의 저장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트위터가 아니라 업체가 운영하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다운로드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피고인의 검색 기록에 '여고생', '고딩조건' 등의 단어가 남아있기는 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단편적인 검색 내역의 존재만으로 문제의 동영상을 해당 검색어를 사용해 취득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동영상을 전달받았다는 공소사실은 객관적 근거를 상실했다.
파일명과 시청 기록의 부재는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피고인이 해당 영상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명확히 인지하고 소지했는지 여부, 즉 범죄의 '고의성' 입증에서도 검찰은 한계를 보였다.
재판부는 압수된 동영상 파일명이 각각 단순한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파일명만 보아서는 그 내용을 전혀 유추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욱이 피고인이 해당 동영상을 휴대전화에 소지한 기간 동안 이를 실제로 재생하여 시청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자료도 전무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이 해당 영상을 취득할 당시에 이를 성착취물로 인식했다거나, 그 이후로도 이를 소지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