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바다로 돌아가게 된 비봉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던 이유는 공소시효
17년 만에 바다로 돌아가게 된 비봉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던 이유는 공소시효

우영우 변호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이다. 그중 홀로 수족관에 갇혀 지내온 '비봉이'가 드디어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비봉이는 지난 2013년 친구들이 방류될 때, 홀로 수족관에 남겨졌다. 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연합뉴스
"언젠가 제주 바다에 나가 남방큰돌고래를 보고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남방큰돌고래'는 지구에서 약 2000마리 관측되는 멸종위기종이다. 그중 120마리 정도가 제주 앞바다에 살고 있는데, 홀로 수족관에 갇혀 지내온 돌고래 한 마리가 있다. 바로 '비봉이'다.
비봉이는 지난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그 뒤 제주 퍼시픽리솜(구 퍼시픽랜드) 수족관에 17년간 갇혀 살며 돌고래쇼에 이용됐다. 그런 비봉이가 마침내 친구들이 있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어제(4일)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비봉이를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야생 적응훈련 적응장에 옮겼다고 밝혔다.
사실 비봉이는 과거 이 수족관에서 다른 남방큰돌고래 삼팔·춘삼·태산·복순이와 함께 지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한국 최초의 돌고래 방생 관련 재판이 열리면서 이후 비봉이의 친구들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그런데 왜 비봉이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걸까.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퍼시픽랜드 측은 2009년부터 약 1년 동안 제주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11마리를 어민들에게 불법 구입하고, 공연에 이용해 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수산업법과 구 수산자원관리법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돌고래를 포획해서는 안 되며, 또 이렇게 포획한 돌고래를 소지·유통·보관·판매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3조, 제17조).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등에 처한다(구 수산업법 제95조·구 수산관리자원법 제64조).
이에 지난 2012년, 1·2심 재판부는 퍼시픽랜드 운영자 등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퍼시픽랜드 측은 이에 불복하며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그렇게 2013년까지 1년간 재판이 이어졌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유죄였다. 돌고래들의 '몰수' 명령도 유지됐다. 그런데 이 대상에서 비봉이는 제외됐다.
이렇게 된 건, 공소시효 때문이다(형사소송법 제249조). 당시 퍼시픽랜드 운영자 등에 적용됐던 구 수산업법 위반 혐의 처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등이었다. 형사소송법상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이다.
검찰은 퍼시픽랜드 측을 지난 2011년 12월 기소했는데, 지난 2005년에 포획됐던 비봉이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이에 대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앞서 "방류된 삼팔, 춘삼, 태산, 복순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기소 당시 불법 포획된 모든 남방큰돌고래들을 재판에 넘겼더라면 비봉이도 바다로 돌아가 잘 지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방류된 돌고래들은 새끼를 낳는 등 제주 연안에서 지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혼자 수족관에 감금된 채 잊혀졌던 비봉이. 잡힌 지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고향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