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금 돌려준다 vs 안 돌려준다… 계약금은 곧 '위약금', 떼이는 게 원칙이지만
아파트 계약금 돌려준다 vs 안 돌려준다… 계약금은 곧 '위약금', 떼이는 게 원칙이지만
대출 막혀 잔금 못 치른 매수인
법조계 "반환 의무 없지만, 실익 따져 합의 권장"

대출이 안 됐다며 울면서 “계약금 돌려달라”는 매수인. 어떻게 해야 할까. /셔터스톡
"아버지께서 12억 아파트를 팔기로 하고 계약금 1억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 매수인이 대출이 안 된다며 울면서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부동산에서는 그냥 돌려주라고 하는데, 정말 돌려줘야 할까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수년 전 급등했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출 규제 등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을 돌려줘야 할까?

"돌려줄 의무 없다"... 계약금은 '해약금' 성격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도인에게는 계약금을 돌려줄 법적 의무가 없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즉, 매수인이 계약을 포기하려면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고,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매수인의 자금 사정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만약 계약서에 "매수인이 위약 시 계약금을 몰수한다"는 식의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더욱 확실하다. 이 경우 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간주되어, 매도인은 실제 손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금 전액을 가질 수 있다.
설령 위약금 약정이 없더라도, 매도인에게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집값 하락, 금융 비용 등)가 발생했다면 이를 입증해 그만큼을 공제하고 돌려줄 수도 있다.
"안 돌려주면 칼부림 난다?"... 끔찍한 범죄의 책임은
게시글에는 "계약금 안 돌려줬다가 앙심 품고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을 본 적 있다"며 "무서우니 그냥 돌려주라"는 조언도 달렸다. 실제로 수억이 오가는 부동산 분쟁은 종종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매도인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과 매수인의 범죄 행위 사이에는 법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계약금 미반환은 민사상의 문제일 뿐, 그로 인해 매수인이 우발적이거나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는 전적으로 가해자인 매수인의 형사 책임이다. 매도인이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안전과 분쟁 해결 비용 측면에서 원만한 합의를 권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 중개인이 "피눈물 나게 해서 좋을 거 없다"며 반환을 종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부만 돌려줄까?"... 합의의 기술
법대로 하면 전액 몰수도 가능하지만, 도의적인 차원이나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일부 반환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매수인이 "계약금 1억 2천만 원은 너무 과하다"며 소송을 건다면 어떻게 될까? 민법 제398조 2항에 따라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이 계약금을 감액해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한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소송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실제 손해액(중개수수료, 이자 비용, 집값 하락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추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분쟁의 불씨를 완전히 꺼야 한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대로'만 고집하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냉정한 법리 해석과 도의적 판단 사이, 집주인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