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 3000만원 중 2400만원 갚았는데…도박 빚이니까, 남은 돈 안 줘도 될까?
도박 빚 3000만원 중 2400만원 갚았는데…도박 빚이니까, 남은 돈 안 줘도 될까?
채권자도 도박 사실 알았고 '대리 베팅'까지 요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인 A씨는 도박 자금으로 B씨에게 3,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반복되는 추심에 시달리다 2,400만원가량을 갚았지만, B씨의 압박은 계속됐다.
B씨는 A씨의 도박 사실을 알면서 돈을 빌려줬고, 심지어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신 베팅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A씨는 이른바 '도박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근거로 남은 빚의 변제를 중단하고 싶다. 하지만 돈을 빌릴 때 일부 다른 핑계를 댄 적이 있어 사기죄로 고소당할까 두렵다.
도박 빚이라는 이유로 남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도박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말, 법적 근거 있나
채권자가 도박에 쓸 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빌려줬다면 법적으로 돌려받기 어렵다. 우리 민법은 불법적인 원인으로 제공된 재산은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기 때문이다(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박자금 대여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 B씨가 도박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B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나 대리 베팅 요구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상대방이 도박 사실을 인지하고 대리 베팅까지 요구한 문자는 불법적인 대여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B씨의 불법성을 입증하면 채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불법원인급여는 개별 대여 건마다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십 차례 돈을 빌렸다면 거래별로 B씨가 도박 자금임을 알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핑계 대고 빌린 돈, '사기죄'가 될 수 있다
A씨가 고민하는 지점은 돈을 빌릴 때 일부 다른 핑계를 댄 사실이다. 이는 사기죄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박현익 변호사는 "돈의 진정한 용도를 속였고 이를 알았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 인정되는 경우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박 자금이라고 솔직히 말했다면 B씨가 돈을 주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거짓말 자체가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가 이미 빚의 대부분을 갚았다는 점이 사기죄 성립을 막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사기죄는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빌렸을 때 성립하는데, 2,400만원이나 변제한 사실이 '떼어먹을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민경남 변호사는 "이미 채무 3,000만원 중 2,400만원을 변제한 상황은 사기의 고의성을 부정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도 "이미 성립한 사기 혐의가 변제만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상당 부분을 변제했다는 사실은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채무 변제 중단하면…소송전 비화 가능성
A씨가 남은 빚을 갚지 않으면 B씨는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사기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 민사 소송에서는 A씨가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하며 맞서 싸워야 하고, 형사 고소는 '용도 사기' 혐의를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반대로 A씨에게도 반격 카드는 있다. B씨가 지인이나 가족에게 빚 사실을 알리며 협박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A의 반복적 추심 행위나 폭로 협박은 형사적 대응(공갈·협박)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