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20만·반려견 10만원"… 빗장 건 아르테온, 법적 효력 있나
"킥보드 20만·반려견 10만원"… 빗장 건 아르테온, 법적 효력 있나
"안전 위협받는다"며 위반금 부과 선언한 고덕 아르테온
인근 주민들과 갈등 격화
외부인 통행 제한 일부 사실과 달라

고덕 아르테온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의 대장주로 꼽히는 4000세대 규모의 '고덕 아르테온' 아파트가 외부인의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고, 위반 시 최대 20만원의 질서유지부담금을 물리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들은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주거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반면, 인근 단지 주민들은 "지나가는 길까지 돈을 받겠다는 건 갑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외부인을 상대로 거액의 위반금을 부과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 효력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킥보드 20만원, 담배 10만원"… 빗장 건 아파트의 사정
2일 강동구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단지 내 질서 유지를 이유로 외부인 출입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 10월 2일부터 시행된 이 규정에 따르면, 외부인이 단지 내에서 전동킥보드나 전동자전거를 타다가 적발되면 20만원,반려견을 동반하여 어린이 놀이터에 출입하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 10만원의 '질서유지부담금'을 내야 한다.
아파트 측이 이토록 강경한 조치를 꺼내 든 배경에는 '안전 문제'가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외부인들이 단지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투기하고 시설물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여름 인근 단지에 사는 청소년들이 지하 주차장에 몰래 들어와 소화기 분말을 난사해 차량과 시설이 훼손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보행로가 사실상 인근 주민들의 '필수 통행로'라는 점이다. 아르테온 측은 '상일동역과 연결된 중앙보행로(아랑길)는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외 단지 내 생활권 통행이 제한되면서 인근 고덕 그라시움 등 주변 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관리규약은 '우리끼리' 약속… 지나가는 사람 못 잡는다"
그렇다면 아파트 측이 내건 '위반금 20만원'은 법적으로 징수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며 "징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 관리규약은 입주민(소유자 및 세입자)들 사이의 자치적인 약속일 뿐이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28조 제3항)은 관리규약이 입주민이 아닌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관리규약은 입주자들의 자치규범이므로 입주자 이외의 자에게 효력을 미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2001다8677)을 내린 바 있다.
즉,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은 관리규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아파트 측이 규약을 근거로 외부인에게 돈을 내라고 강제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벌금이나 과태료 같은 금전적 제재는 법률에 근거해 국가나 지자체만이 부과할 수 있는 공권력의 영역"이라며 "사적인 단체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외부인에게 벌금을 매기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인가 조건이었던 '공공보행통로', 막으면 불법?
더 큰 법적 쟁점은 해당 아파트의 보행로가 '공공보행통로'라는 사실이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온의 단지 내 도로는 재건축 당시 '고덕택지 제1종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일반인에게 24시간 개방하는 조건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법원은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공공보행통로를 막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공공보행통로에 울타리를 설치해 외부인 통행을 제한한 것은 지구단위계획 위반이며, 일반 대중의 통행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2020구합65067)라고 판시했다. 아파트 소유의 땅이라 할지라도, 애초에 건축 허가를 받을 때 공공에게 개방하기로 약속한 공간인 만큼 입주민들 마음대로 빗장을 걸어 잠글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동킥보드 등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통행 자체를 막거나 고액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무턱대고 돈 걷다간 역풍… 실질적 손해 배상만 가능"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의 고충이 법적으로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보행통로가 아닌 '입주민 전용 시설'인 어린이 놀이터나 헬스장, 커뮤니티 시설 등은 외부인 출입을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10만원'을 즉석에서 걷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만약 외부인이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피해를 입혔다면, 아파트 측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라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거나, 심각한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나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정액제 위약금'이 아니라 '입증된 손해액'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돈을 내라"는 으름장은 법적 효력이 없는 '엄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권과 시민의 통행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법적 근거 없는 금전 부과는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가 업무방해나 협박 등으로 역고소를 당할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안전 펜스를 설치하거나 CCTV를 통한 선별적 계도 조치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안전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르테온 측은 "부과하려는 금액은 벌금이 아니라 사유지 내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한 '손해배상 기준'이며, 입주민 투표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일동역과 연결된 중앙보행로(아랑길)는 개방하고 있으므로 '전면 봉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지자체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관리를 방치하는 상황에서, 전동 킥보드 사고와 외부인 난동 등으로부터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아랑길 외 구역의 통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놀이터 10만 원' 논란은 인근 단지에서 아르테온의 규정을 입주민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반려견 동반 시'라는 핵심 조건을 누락한 채 공지하여 오해가 증폭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르테온 측은 "단순 출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위생을 위해 반려동물 동반 등을 제한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