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월세 안 올렸는데,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요?"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건물주
"50년간 월세 안 올렸는데,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요?"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건물주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돼
해결 안 되면⋯임대차분쟁조정위 조정 신청 또는 손해배상 소송

자신에게 가게를 넘기라며 상당한 액수의 권리금을 제시한 사람도 있는데, 건물주는 자신이 장사하겠다며 권리금 없이 나가라고 한다. 이럴 경우 그냥 맨몸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까. /셔터스톡
그야말로 반세기. 50년간 한 자리에서 손님을 받아왔다. 아버지 때부터 A씨로 이어지는 대를 이은 가게였다. 그러다 보니 단골손님도 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주가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계약 만료를 5개월 남긴 시점이었다. "그동안 월세도 거의 안 올렸다"며 "권리금은 생각 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냥 나가라는 통보였다.
하지만 A씨 주위에는 자신에게 가게를 넘기라며 상당한 액수의 권리금을 제시한 사람도 있다. 약 5000만원. A씨는 건물주에게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일일까?
우리 법은 임대인(건물주)은 임차인(세입자)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는 임차인(세입자)이 데려온 신규 세입자가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아두고 있다.
법무법인 다산 김춘희 변호사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생기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는 건물주가 직접 장사하기 위해 임차인(세입자)을 내보내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법률사무소 송보의 홍민 변호사는 "임대인이 직접 장사를 한다는 사유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A씨는 권리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아내야 할까?
변호사들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권리를 주장해도 임대인이 적절한 권리금 지급을 거부한다면 '주택·상가 임대차분쟁조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11월 서울⋅인천⋅청주⋅전주⋅춘천⋅창원 등 6곳에 주택·상가 임대차분쟁조정위를 신설했다. 임대차 계약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한 당사자라면 누구나 분쟁조정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수수료는 1만~10만원으로 소송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쓴다고 해도 A씨가 새 임차인이 제안한 권리금 50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홍민 변호사도 "A씨가 주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리금은 감정평가에 의한 권리금과 신규임차인이 줄 수 있다고 한 5000만 원 중 적은 금액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김춘희 변호사는 "(건물주가 A씨에게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A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신규임차인이 A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즉, A씨가 기대한 만큼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