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자산가'라더니…알고보니 전과 6범, 결혼정보회사 책임은?
'1천억 자산가'라더니…알고보니 전과 6범, 결혼정보회사 책임은?
'작년에도 같은 인물 소개' 녹취까지…변호인단, 업체 책임 공방 '후끈'

결혼정보회사가 보증한 1천억 원대 자산의 서울대 교수는 실제 전과 6범의 사기꾼이었다. / AI 생성 이미지
77년생 서울대 교수에 재산 1천억 원. 결혼정보회사가 보증한 완벽한 프로필의 남성은 사실 9살이나 많은 전과 6범의 사기꾼이었다.
피해 여성이 업체의 ‘검증된 회원’이라는 말을 믿고 만남을 이어오다 금전 피해까지 본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업체 매니저가 과거에도 같은 남성을 다른 회원에게 소개해 준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까지 등장하며, 업체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불안하다"는 회원에 "서약서 썼다"며 만남 종용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한 남성을 소개받은 A씨. 업체가 제공한 프로필은 '77년생, 독일 쾰른대 졸업, 서울대 음대 교수, 재산 1천억 원대'로 화려했다.
하지만 만남이 이어질수록 A씨는 남성의 언행에서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담당 매칭매니저에게 여러 차례 불안감을 토로하며 신원 재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도리어 상대방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A씨를 안심시켰다.
결국 A씨는 업체의 설명을 믿고 관계를 이어가다 금전적 피해까지 보고 말았다. 확인 결과, 남성의 나이(실제 68년생), 이름, 학력, 재산 등 프로필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심지어 전과 6범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작년에도 소개"…사기 방조 의혹 부른 '음성파일'
사건이 단순 개인 간의 사기를 넘어 업체의 책임 문제로 비화한 결정적 계기는 A씨가 확보한 '음성파일' 때문이다. 파일에는 2023년에도 같은 매니저가 이 사기꾼을 다른 여성 회원에게 소개했던 정황이 담겨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이 음성파일이 업체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규 변호사는 "2023년 음성파일이 이 사건의 핵심 증거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김상훈 변호사 역시 해당 음성파일이 있다면 매니저가 상대방의 문제 정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손해배상 청구에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실수로 몰랐다'는 업체의 잠재적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카드인 셈이다.
형사처벌 '고의 입증' 관건 vs 민사배상 '책임 입증 쉬워'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의 가능성을 다르게 보고 있다. 형사상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려면 회사가 사기 범행을 알면서도 도왔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해 그 문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선영 변호사는 "민사적으로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결혼중개업자는 이 법을 위반하여 이용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책임을 지며, 고의·과실이 없음을 업체 측이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업체가 스스로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대섭 변호사 또한 "국내결혼중개업자는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혼인관계증명서, 학력증명서, 범죄경력조회서 등 공식 서류를 통해 신상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업체의 기본적인 확인 의무를 지적했다.
A씨가 확보한 증거와 변호인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결혼정보회사의 신뢰를 이용한 이번 사기 사건이 법의 심판대에서 어떤 결론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